사진=김범준 기자
사진=김범준 기자
금융감독원 청소 근로자가 과로사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정규직화로 근로자 수가 줄어들고, 기존 청소 근로자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다. “누구를 위한 정규직화냐”란 반발이 나온다. 정규직화에 따른 고용 경직으로 전체 공공기관 근로자 신규 채용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사옥에서 6일 오전 일반 직원 출근 시간 이전 청소를 맡았던 청소 근로자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현장에 119 구급 대원들이 출동했고, 심폐소생술(CPR) 응급처치까지 현장에서 진행됐다. A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이르렀고, 8일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청소 근로자들은 A씨가 최근 과로로 몸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한 청소 근로자는 “지난해 말부터 사람이 없어서 기존 같으면 2~3명이서 할 일을 혼자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A씨가 몸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더니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청소 근로자 인력 부족에 우려는 지속돼 왔다. 청소 근로자들이 근로시간을 꽉 채워 근무를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인력이 급감해 금감원 사내 곳곳에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민원들이 물밀 듯 들어왔다. 매점 앞, 주차장 등 공용 공간 쓰레기통은 아예 치워졌다. 금감원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청소 근로자분들 허덕이면서 치워도 예전보다 훨씬 더러워졌다”, “출근길 위생상태가 1년 전하고 비교 안될 정도로 더럽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해 7월부터 용역 고용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해 7월 청소 근로자, 경비원 등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위한 자회사 ‘FSS 시설관리’를 설립했다. 이에 따라 자회사는 지난 4월 청소 근로자들을 정규직화 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업무의 공적 성격을 띠고 있어 가이드라인 권고대상에 포함돼 이를 이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청소 근로자 수는 FSS 시설관리 설립 직전 50명에서 42명(이번 달 기준)으로 줄었다. 청소 근로자들은 “금감원 직원 수, 건물 규모를 감안하면 최소 70~80명은 돼야하는데, 자회사가 비용 부담을 핑계로 처우도 악화되고 인원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총 직원 수는 2300여 명이다. 무리한 정규직화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며 고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존 근로자들에게 업무가 과중된 것이다. 또한 자회사는 기존 근로자들에게 시간외 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휴게시설을 줄이는 등 처우가 악화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청소 근로자와 같이 자회사에 고용된 경비원 숫자도 49명에서 48명으로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망한 근로자 분은 평소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 경직과 이에 따른 근로 조건 악화는 금감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2만2706명, 2018년 3만3887명, 2019년 4만1327명까지 늘었다가 2020년 3만727명, 지난해 2만7034으로 2년째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무리한 정규직화로 채용 규모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