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요말라" 했지만…中 코로나 백신 의무접종 확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강요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사실상 이를 의무화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고 현지 관영 언론이 9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건강시보는 이날 베이징시가 11일부터 백신을 접종해야 공공장소, 군중 밀집시설 출입할 수 있으며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시설도 접종자에게 예약 우선권을 주는 방역 정책을 시행한다고 소개했다.

그간 72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판정만 받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지만 이제 백신 접종도 해야하는 셈이다.

교육기관,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미술관, 문화관은 물론 체육관, 헬스클럽, 공연장, PC방, 노인대학, 노인 여가시설 출입 때는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베이징시는 7일 이 조치를 발표했다 반발 여론이 거세자 "백신 접종은 자율 원칙에 따른다는 것이 국무원 지침"이라며 "72시간 내 PCR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시하면 된다"고 한 발 후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보도대로라면 베이징시는 이런 입장을 번복하고 사실상의 백신 의무화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시보는 허시구를 비롯한 톈진시의 여러 구(區)가 이미 5월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공공시설, 군중 밀집시설 출입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체육시설은 물론 의료기관, 약국, 양로원, 호텔, 은행, 농산물시장 등 어지간한 곳은 백신을 접종해야만 다닐 수 있어 현지 주민은 백신 접종 의무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취안시 등 푸젠성의 여러 도시도 5월 말부터 PCR검사 음성 증명서와 함께 백신 접종 확인서를 공공시설, 군중 밀집시설 출입 요건으로 삼았다.

이 중 진장시는 초·중학생과 유치원생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진장시 질병통제센터 관계자는 건강시보에 "백신 미접종자는 공공시설을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은 작년 9월 "일부 지방에서 백신 미접종자의 공공시설 이용을 통제하는 것은 백신 접종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도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방역 방안(제9판)'에서 "백신 접종은 각자의 사정, 동의, 자율 원칙에 따른다"며 "이동 통제 수단으로 삼아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코로나19가 확산한 상하이의 공무원 10여 명이 징계받는 등 방역과 관련해 문책당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지방정부들은 중앙의 지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로 코로나' 실현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백신 접종 의무화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이며 베이징시의 시행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응에 따라 급속히 확산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