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죽고 장애인 살면 국가 손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톺아보기
"한스 아스퍼거는 나치 부역자였습니다. 그는 살 가치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를 구분하는 일을 했어요. 나치의 관점에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은 장애인, 불치병 환자, 자폐를 포함한 정신질환자 등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극 중 형 살의 혐의를 받는 자폐인)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대한민국 최초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법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넷플릭스 한국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극 중에서 자폐 장애를 가진 캐릭터는 대부분 의사소통이 어렵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남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고 때로 폭력적이거나 예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우영우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스스로를 장애가 없는 보통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주변인들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선사한다. 천재적인 자폐가 주목받으며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상실감을 준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자폐증의 실제 명칭이 자폐스펙트럼장애였다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확실히 깨우쳐줬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과 사회성 상호작용의 문제, 제한된 관심, 행동, 활동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증상의 종류와 범위, 기능이 다양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이나 시지각 능력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영우' 3화 자폐인 피의자 살인사건에서 자폐 자녀를 둔 부모는 자폐 장애 변호사 우영우가 사건을 맡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자기 아들과는 달리 천재성을 가진 그를 시기하고 부러워한다.

극 중 똑똑한 의대생 형을 죽인 자폐 장애 동생 보도에 대해 네티즌들은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 손실 아닌가"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우영우'에는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자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일반인들과 유연한 사고로 자폐인을 대하기 시작하는 일부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시청자들은 '우영우'를 통해 자폐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대하는 법을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우영우' 작가는 자폐 소녀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나가는 법정 영화 '증인'의 시나리오를 쓴 바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제 자폐 장애를 가진 해외 시청자의 '우영우' 시청 후기가 높은 관심을 끌었다.

자폐를 가진 해외 시청자 A 씨는 어린 우영우가 정지된 상태에서 왼쪽·오른쪽으로 몸을 흔들거나 깡충깡충 뛰는 것에 대해 "매우 정확하다. 저도 이렇게 행동한다"면서 "방송에서 이런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평했다.

이어 "자폐 장애를 가진 이들은 침대에 베개 또는 부드러운 것을 많이 두는데 드라마에서는 많은 베개로 이를 묘사했다"면서 "과도하게 사용된 장난감과 잘못된 담요로 표현하기보다 베개로 표현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귀마개를 착용하거나 주변 환경에 과도하게 민감해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자폐증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짜증을 낸다"면서 "잠자던 저를 깨울 수도 있는 소리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상사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카운트다운 3을 세는 묘사에 대해 "이것도 정도는 다르지만 일반 자폐증의 특성이다. 자폐증이 이에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사실상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된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 읊는 반향어에 대해서는 "이는 보통 드라마에서 짜증 나고 나쁘고 사악하고 무례한 것으로 묘사됐는데 '우영우'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 좋았다"면서 "법정 장면에서 우영우가 판사의 말을 되풀이하는 걸 코믹하게 표현했다. 아마 다른 드라마였다면 판사가 그녀를 질책하고 법원을 원숭이 쇼로 만들었다며 나가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은 누군가와 만지거나 껴안기를 기피한다고 한다.

A 씨는 "일부 자폐증의 경우 접촉 감도가 매우 민감할 수 있다. 사전에 이를 알리지 않으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감각 정전, 에너지 소모를 유발할 수도 있다"면서 "일부 자폐증의 경우 박테리아나 세균에 민감하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극 중 우영우는 속도위반이라는 표현에 "내가 아는 교통법규 위반은 아니지?"라고 되묻는다. 농담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A 씨는 "자폐 장애가 있는 이들은 생각하고 처리하는 방식에서 논리가 우선이라 농담을 매우 늦게 깨닫고 반응한다"면서 "저도 주위 사람들을 많이 화나게 했지만 우리가 바보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논리와 사실에 반응하고 이후에 농담인지 아닌지 감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쉽지 않지만 배울 수 있다.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부연했다.

A 씨는 "'우영우' 작가와 감독은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했으며 과장되거나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호평했다.

우영우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요즘처럼 여러모로 힘든 시기에 국민들에게 힐링과 위안을 주는 것은 물론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혀준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