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큐브위성 개발한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심한준 씨
'무사 졸업' 밈에 큰 웃음…"5명 모두 고군분투해"
"위성 안테나 전개 안될 땐 장례식인 듯…교신 순간 축제 됐죠"
"처음엔 안테나 전개가 안 돼서 신호가 미약한 걸 보고 다들 낙담해 장례식장 분위기였어요.

새벽까지 비몽사몽 모여 기다렸는데…첫 교신이 이뤄진 순간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죠."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생 심한준(31) 씨는 1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큐브위성'(초소형 위성) 첫 양방향 교신 순간을 이렇게 돌이켰다.

큐브 위성은 지난달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와 함께 우주로 올라가 이달 3일 성공적으로 사출됐다.

심씨는 누리호에 실린 큐브위성 4기 중 하나인 '스누그라이트-2(SNUGLITE-Ⅱ)' 설계·개발·제작·조립 과정의 '팀장' 역할을 맡았다.

기창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의 지도 아래 학생 5명이 개발한 이 위성은 전개 전엔 작은 꽃병 정도의 크기(가로·세로 10㎝, 높이 34㎝)이고, 전개 후엔 서류 가방과 비슷한 크기(가로 10㎝, 세로 41.4㎝, 높이 34㎝)다.

"위성 안테나 전개 안될 땐 장례식인 듯…교신 순간 축제 됐죠"
이 위성은 고도 700㎞에서 시속 2만7천㎞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면서 약 1년간 지구 대기 상태를 정밀 관측한다.

전 모델보다 정밀도를 1천 배 개선한 GPS 수신기도 탑재했다.

심씨는 "위성과는 12시간에 한 번 교신할 수 있는데 아직도 약간은 '다음 교신 땐 죽었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이 있다"면서 "그래도 이제는 '살아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전보다 확실해졌고, 매일 3시간 안짝으로 쪽잠을 자던 개발진 모두 이전보단 잠도 잘 자는 편"이라고 했다.

앞서 2018년 이전 모델인 '스누그라이트-1(SNUGLITE-I)' 개발에도 막내 연구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당시 양방 교신은 안 되고 데이터만 받을 수 있었는데, 위성이 귀가 먹은 사실상의 실패였다"며 "한이 맺혀있었다"고 돌아봤다.

심씨는 '스누그라이트-1' 발사 당시 미국 발사체를 빌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산 발사체 누리호에 위성을 실었다는 점에 뿌듯해했다.

그는 "2018년에는 작은 큐브위성도 전략물자이다 보니 해외 발사체에 실어 쏘기 위해 수출허가서를 받아야 하는 등 여러 절차가 복잡했는데, 이번에는 KTX를 타고 고흥에 가서 쐈다"며 웃었다.

이어 "선진국에서나 쏜다고 생각했던 발사체를 우리나라에서 쏜다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었다"며 "10초도 안 돼서 발사체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그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위성 안테나 전개 안될 땐 장례식인 듯…교신 순간 축제 됐죠"
이번 큐브위성팀의 연구·개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9년 열린 '제5회 큐브위성 경연대회' 출품 준비부터 시작해 약 3년의 세월을 큐브위성 개발에 쏟아부었는데, 해외에서 주문한 위성 통신모듈 부품이 불량이어서 제조사 책임을 입증하고 교환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리는 등 여러 난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큐브위성의 평균 성공률이 3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이게 정말 우주에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다"며 "아직 100% 성공이라 확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한 달 내로는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심씨는 '대학원생들의 졸업이 큐브위성 성공에 걸려있다'는 내용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봤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5명의 개발진 모두 각자 맡은 부분에서 고군분투했는데 저의 경우 이제 박사 4년 차여서 (성패 여부가) 졸업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도교수인 기창돈 항공우주공학부 교수의 조언이 위성 개발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화성 탐사나 심우주 탐사, 혹은 차세대 발사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위성 안테나 전개 안될 땐 장례식인 듯…교신 순간 축제 됐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