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40억달러(57조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4월 말 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여 만이다. 트위터가 가계정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등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트위터는 머스크의 계약 강제 이행을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양측이 장기간 법정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가계정 정보 제공 거부”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측은 이날 트위터에 인수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 머스크 측은 트위터가 계약에 명시된 여러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며 계약 당시 허위 내용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 나지 않는 ‘실질적 부정적 효과(MAE)’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 측은 먼저 지난 5월부터 수 차례 요구한 가계정 비율 등 회사 실적에 중요한 정보를 트위터가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전체 중 가계정 비율이 5% 미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지만 머스크는 20% 이상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인수를 보류해왔다.

머스크 측은 서한에서 “두 달간 머스크가 트위터의 가계정 현황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자료와 정보를 찾았다”며 “그러나 트위터는 정보 제공을 거부했으며 머스크의 요구를 때로 묵살했다”고 서술했다.

직원을 해고하는 등 사업의 변동을 머스크의 허가 없이 진행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머스크 측은 “인수 계약에 따르면 계약 체결 시점과 인수 당시 사업의 물질적 구성요소가 온전히 유지돼야 하는데, 트위터는 계약 체결 이후 고위 임원 두 명을 해고했으며 이달 인사팀 3분의 1을 줄이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인수 계약을 파기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는 포브스 선정 기준 세계 1위 부자지만 올 들어 테슬라 주식이 35% 이상 폭락하며 상당한 재산상 손실을 입었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을 85억달러어치 팔아치우기도 했다. 그러나 트위터도 기술주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281억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트위터에는 악몽”

트위터는 이에 인수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외신들에 따르면 기업법 전문가들은 트위터가 소송전에 돌입하면 머스크가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 측이 주장한 ‘실질적 부정적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위터 본사가 위치한 델라웨어 법원이 이를 인정해 인수 계약 파기를 인정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단 한 건이다. 머스크 측은 서한에서 트위터의 가계정 비율이 허위라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인수 계약에 따르면 계약을 파기하는 측은 10억달러(1조300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앤 립턴 튤레인대 법대 교수는 “머스크는 그간 계약을 파기하기 위한 변명거리를 공공연하게 찾고 다녔다”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재판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위터가 승소해도 실제 계약이 이행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하르 요센 콜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트위터가 법정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규범을 회피하기로 유명한 머스크가 판사의 말을 듣고 회사를 인수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변심으로 트위터는 큰 위기에 빠졌다.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디지털 광고 부문이 인플레이션의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해고 및 퇴사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8일 트위터 주가는 4.98% 하락한 36.81달러에 마감했으며 시간외 거래에서 인수 파기 소식에 4.81% 추가 하락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인수가 최종 결렬되면 주가가 3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며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 트위터에는 ‘악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트위터와 머스크가 인수가를 낮춰 재합의하거나 위약금을 조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