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씁쓸한 은행 대출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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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균 금융부장
![[데스크 칼럼] 씁쓸한 은행 대출금리 인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07.15110652.1.jpg)
우리·하나·농협은행도 곧바로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최고금리를 연 7%대에서 연 5%대로 1%포인트 넘게 낮췄다. 하나은행은 연 7% 이상 금리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의 금리를 최대 1%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금리 상한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렸다. 5대 은행 중 아직까지 동참하지 않은 국민은행은 앞선 네 은행을 뛰어넘는 규모의 대출금리 인하를 준비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해온 은행들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 ‘백기’를 든 모양새다.
강도 높은 압박에 백기 든 은행
하지만 정작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렬을 썩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출받은 대부분 사람에겐 혜택이 거의 없어서다. 은행에서 주담대를 이용하고 있는 이들 중 연 5% 이자를 무는 고객은 많지 않다. 주담대 금리 상단을 적용받는 차주도 드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발표만 요란할 뿐 ‘생색내기’란 지적이 나온다. 금리를 내린 은행들은 몇 명의 고객이 적용 대상이고 이들이 받는 금리 감면 혜택은 얼마인지, 은행이 지는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등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은행들이 납작 엎드렸지만 금융당국은 만족하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은행들을 한층 더 압박하고 나섰다. 다음달부터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비교 공시하도록 하고, 공시 주기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도록 했다.
대출 원가까지 공개해야 할 판
대출금리 산정체계도 손볼 것을 주문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제외하고 정해진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 영향을 받지만 가산금리는 업무 원가, 리스크·유동성·신용 프리미엄, 자본비용, 법적비용, 목표이익률 등 은행마다 제각각 책정하면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대출 종류와 규모 등에 따라 다른 원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리스크 프리미엄(조달금리-대출금리)을 정할 때 조달금리 지표가 과다 산정되지 않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이를 사실상 대출금리 산정 원가를 공개하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하지만 최근 이런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어느 정권보다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겠다고 약속한 현 정부가 시장에 역행하는 대책을 더 많이 내놓고 있다”며 “은행을 산업적으로 키우기 위한 인식이나 제도 개선은 윤 정부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