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달 국내 출시하는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갤럭시Z폴드4·갤럭시Z플립4)에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을 적용한다. 국내 출시 갤럭시 스마트폰에 e심이 들어가는 첫 사례다. 유심(USIM)을 함께 활용하면 단말기 하나로 2개의 번호를 쓸 수 있다.

폰 하나로 2개 통신사 가입

1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통신사에 4세대 폴더블폰의 사양과 국내 출시 일정 등을 통보했다. e심을 새롭게 적용한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e심과 유심의 기능은 동일하다. 단말기고유식별번호(IMEI) 인증, 개인 정보 보관 등의 역할을 맡는다. 다만 e심은 단말기에 내장돼 있어 탈부착이 불가능하다. 유심을 함께 활용한 ‘듀얼 심’ 기능을 적용할 수 있어 휴대폰 한 대로 2개의 요금제를 쓸 수 있다.

e심은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심을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단말기 교체 시 별도의 유심 구매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비대면·온라인 개통과 통신사 간 이동도 쉬워진다. 특히 주로 온라인을 통해 개통하는 알뜰폰(MVNO)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e심을 쓰면 2500원 선인 프로파일 다운로드만 받으면 된다”며 “7700원짜리 유심을 별도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했다.

통신비도 줄일 수 있다. 듀얼 심의 경우 일상용·업무용, 국내용·해외용 등 각자의 용도에 맞춰 저렴한 요금제를 쓸 수 있다. 서로 다른 2개 이동통신사 회선을 사용할 수 있고 1개 이통사와 1개 알뜰폰 회선, 2개 알뜰폰 회선 등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다. 2개의 번호를 위해 2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것을 1대로 줄일 수 있어 단말 구입 비용 절감도 예상된다.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 상용망과 5G(5세대) 특화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특화망 중심 기업 간(B2B) 서비스 활성화도 기대된다.

해외에선 이미 일반화

그간 국내에선 e심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었다. e심 도입 시 유심 판매 감소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 가입자 이탈 등을 우려한 통신사가 e심 관련 서비스 상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에만 e심 기능을 넣었다. 애플은 2018년 출시한 아이폰XS부터 e심을 내장했지만, 국내에선 같은 이유로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유럽 등에선 이미 e심이 보편화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폰의 50%에 e심이 지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e심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통신사, 제조사 등과 ‘e심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 도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도 e심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특화 요금제와 전용 앱 개발 등도 거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다음달 16일부터 1주일간 4세대 폴더블폰의 사전 예약을 받고 같은 달 26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출고가는 전작 대비 소폭 인하 혹은 동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