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지사 "200만 강원도 시대 불가능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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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지자체장이 뛴다
SOC 확충으로 수도권 출퇴근 가능한 강원도 만들어야
내년 6월 특별자치도 출범…규제완화 권한 수임에 최선
취임식때 적폐청산 없다 선언…"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것"
알펜시아·레고랜드는 민형사상 문제없게 다시 살펴볼 것
만난 사람=박수진 논설위원
SOC 확충으로 수도권 출퇴근 가능한 강원도 만들어야
내년 6월 특별자치도 출범…규제완화 권한 수임에 최선
취임식때 적폐청산 없다 선언…"해야 할 일에 집중할 것"
알펜시아·레고랜드는 민형사상 문제없게 다시 살펴볼 것
만난 사람=박수진 논설위원

▷12년 만에 보수당이 도정을 탈환했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당내 공천에서 컷오프당했다가 어렵사리 기사회생했고, 본선도 만만찮았습니다. 본선 상대가 거물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여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주위에서 많은 분이 함께 걱정해 줬고, 무엇보다 도정을 바꿔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바꾸고 싶은 게 적지 않을 듯한데요.
“물론입니다. 고치고 손질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도지사 취임하면서 ‘적폐청산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을 일일이 평가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4년 시간이 다 가게 됩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지난 도정의 잘한 부분은 인정해주고 앞으로 저는 제가 잘할 일에 집중하겠다. 그래도 예외적인 것은 있습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매각과 레고랜드 계약과 관련해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두 건은 신중하게 보고 있습니다. 민·형사의 법적 책임까지 불거질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좋다 좋다 하다가 잘못되면 제가 책임을 다 뒤집어쓸 수 있는 사항입니다. 지금까지 불거진 문제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강원도민을 기만한 것이어서 그냥 넘어가기 힘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임 최문순 지사 때 체결된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건에 대해서는 의도적 헐값 매각과 허위보고 논란이, 영국 멀린사와의 춘천 레고랜드 개발사업 계약 건은 전례 없는 불공정 계약이 도마 위에 올라와 있다.
▷임기 내 200만 강원도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이 인상적입니다. 지금보다 인구를 30% 늘리겠다는 것인데 가능할까요.
“저의 야심 찬 공약입니다. 그게 강원도의 비전과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강원도 인구가 200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줄고 있어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154만 명입니다. 이런 추세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대한민국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강원도만 그렇게 늘릴 수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가 수도권이 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를 수도권에 편입시키자는 얘기인데 전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핵심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입니다. 수도권 주민이 강원도를 같은 수도권으로 인식하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도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를 더 확충해 수도권과 거리를 1시간 내외로 좁히면 인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요새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주 3~4일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세컨드하우스가 아니라 원하우스라도 그냥 근교로 생각하고 이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젊은 엄마들을 유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교육, 문화 등 정주 여건을 잘 조성해야겠지요. 그래서 삼성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한국경제신문이 제안한 ‘1.5주민제’(주말 주민에 농가주택 비과세 혜택 등을 제공하는 인구 유입 방안) 등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며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삼성전자가 굳이 강원도에 반도체 공장을 두려고 할까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저는 왜 강원도는 안 되냐고 묻고 싶습니다. 지금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경기 이천에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원주 부론 국가산단 후보지는 거기서 30㎞밖에 안 떨어져 있습니다. 경기도 끝 쪽은 되고, 거기 붙어 있는 강원도는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반도체교육원 등 단기 교육과정을 만들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고 규제도 풀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강원도는 환경·군사 등 규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강원도는 군사, 상수원, 농지 등 모든 분야에 안 걸리는 규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강원특별자치도입니다. 자치도의 핵심은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것입니다. 중앙이 지정한 규제를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첩된 규제를 다 없애고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기업이 일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죠.”
▷제주특별자치도는 16년이 됐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습니다. 논란의 영리병원도 결국 무산됐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반면교사’입니다. 그래서 중앙부처 규제 권한을 위임받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아직 특별자치도법 조항이 23개밖에 안 됩니다. 거기에 권한 위임을 채워넣어야 합니다.”
▷공약 142건 중 8건을 철회한다고 했는데 ‘10세까지 육아수당 지급’ ‘대학무상교육’ 등 무리한 공약이 아직 많이 보입니다.
“선거 후 찬찬히 검토한 결과 공약을 이행하면 오히려 도민에게 피해가 갈 게 있었습니다. 도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잘못을 시인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2차로 몇 개 더 공약 구조조정을 할 생각입니다. ‘선거 끝나니 바로 딴소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나머지 공약은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10세 육아수당과 대학무상교육 등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지급 대상이 줄어들고 있어 적은 돈으로도 많은 혜택이 가능한 공약들입니다.”
▷공약 중 설악 오색케이블카 추진을 1호 예산사업으로 꼽았습니다.
“오색케이블카는 ‘아주 상징적인 강원도의 역사’입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하나 놓겠다는데 40년간 환경 보전 등을 이유로 한발도 못 뗐습니다. 이제 근거 없는 환경 보전 지상주의는 사라져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저도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으로 냈습니다. 저는 케이블카를 하나 더 설치할 생각입니다. 내설악 쪽을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반발이 계속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큰 틀에서 좀 더 이해하고 협조해줬으면 합니다.”
▷한국은행 본점 이전도 공약하셨는데요.
“역시 난도가 있는 공약이죠. 지금 금융기관들이 지방 이전을 준비하는 데서 힌트를 얻어 만든 공약입니다. 조사해 보니 한국은행도 과거 지방 이전을 계획했더라고요. 법을 바꿔야 하지만 벌써 포기하면 안 되죠.”
▷검사, 재선 국회의원에 이어 도지사가 됐습니다. 임기 1년 후면 대선입니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단식 투쟁까지 벌이며 어렵게 왔습니다. 또 취임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189개나 되는 도내 각종 위원회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삼성전자 사장은 언제 만나야 할지, 강원도특별자치도법 내실화를 위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그런 생각밖에 없습니다.”
▷4년 후 임기를 마치면서 인터뷰한다면 어떤 헤드라인을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김 지사 때부터 강원도에 사람이 다시 몰려들었다’, ‘김 지사 임기 동안 인구 유턴이 일어났다’ 이런 제목이면 좋겠군요.”
△강원 춘천(58)
△춘천 성수고,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
△28회 사법시험 합격
△춘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
△19~20대 국회의원
△변호사김진태법률사무소 대표
△국민의힘 강원도당 춘천·철원·화천·양구 당협위원장
정리=임호범 기자/김병언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