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이미지에 만남 꺼리는 도민까지…발로 뛰며 "난 부드러운 남자" 어필
진태 강원지사는 6·1 지방선거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5·18 비하 발언 등으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당했지만 3박4일간의 단식농성 끝에 당내 후보 결정 과정을 경선으로 바꿨다. 그 후 경선과 본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39대 강원지사가 됐다. 김 지사는 “가장 어려운 점이 뭐였느냐”는 질문에 강성 이미지로 고생한 것을 꼽았다. 검사 출신인 데다 국회와 태극기 집회 등에서 고함치고, 서류를 찢는 등 과격한 모습을 많이 보여 꺼리는 도민이 적지 않았다는 것. 선거 초엔 식사 약속을 하면 불안해 하는 주민도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김 후보와의) 식사 때 별일 없었느냐. 밥 먹다가 밥그릇 막 던지고 그러지 않더냐”고 묻는 경우까지 있었다. 김 지사는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호텔 벨보이, 어판장 얼음 배달 등 지역별 특색에 맞게 도민들을 찾아다니며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고 호소했다. “TV에서 보던 것과 다르네” “진짜 김진태 맞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김 지사는 그제야 도백(道伯)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김 지사는 “선거를 거치며 강성 이미지를 15% 정도 희석한 것 같다. 앞으로 4년간 발품을 더 팔아야죠”라며 웃었다.

김 지사는 중앙 정치권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국민의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 상황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 결과는 대선 직후 치러져 좀 덕을 본 것일 뿐 만약 지금 선거를 치렀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승리에 취해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위정자는 절대 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춘천=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