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스1
윤석열 정부 출범 두달여 만에 검찰총장 인사에 시동이 걸렸다. 법무부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제청 대상자 공고를 낼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추천위가 구성되면 일주일간 국민 천거 방식으로 후보군 추천을 받고, 천거가 끝나면 법무부 장관이 일부를 심사대상자로 선정해 추천위에 제시한다. 추천위는 심사대상자 중 3명 이상을 장관에게 추천하고, 장관이 이들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이후 대통령이 최종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보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그동안 검찰총장을 공석으로 남겨뒀던 이유로는 적합한 인물을 못 찾았기 때문이란 얘기가 돌았다. 실제 몇몇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에게 총장직 제의가 갔으나 부담을 느껴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설은 따로 있다. 검수완박 시행 전에 주요 수사 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검수완박 시행까지는 채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 전에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를 비롯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수사, 성남FC 불법 후원금 등 과거 정권 관련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여권 판단이다. 그런데 검찰총장 후보 추천과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야당이 윤 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 후보를 순순히 취임시켜줄 리도 만무하다. 현실적으로 검찰총장 취임까지 최소 두 달은 잡아야 한다. 절차에 맞춰 검찰총장을 선임하고 핵심 사건을 맡을 검찰 인사를 한 뒤 수사를 본격화하기엔 물리적 시간상 역부족이다.

검찰총장 공석 기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서 검사장급 승진 및 전보를 포함해 세 차례에 걸쳐 검찰 간부 인사를 단독으로 단행한 배경이란 분석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검찰청법상 절차를 뛰어넘은 것이다. 법무부가 과거 민정수석실이 하던 인사 검증 업무를 떠맡은 가운데 대규모 검찰 인사까지 하면서 야당으로부터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 장관이자 민정수석이며 인사수석이자 검찰총장”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총장은 ‘식물총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정권 실세로 떠오른 한 장관의 장악력이 센 데다 이미 세 차례나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된 만큼 신임 검찰총장의 인사권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검찰의 독립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게 무리는 아니다.

검찰 독립은 해묵은 과제다. 법무부와 검찰은 자주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때때로 이런 긴장이 밖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검찰 독립 필요성을 가장 절감한 이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일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치하에서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며 온갖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가 형성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묘한 검찰청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못 박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일선 검찰의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독립성을 보장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하지만 반전이 숨어 있다.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풀어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매개로 구체적 사건의 지휘·감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과의 관계는 결국 운영의 문제로 남는다. ‘왕장관’이란 수식어가 붙는 한동훈 장관과 ‘식물 총장’ 우려를 받는 차기 검찰총장이 어떤 관계를 설정하고, 어떻게 운용의 묘를 살릴지 주목된다.

유병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