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살인사건 그린 '노이즈' 부천국제영화제 상영
히로키 류이치 감독 "흔한 스릴러 만들고 싶진 않아"
섬마을에 도착한 여객선에서 소형 승용차 한 대가 내린다.

소녀가 휴일의 평화로움을 일기로 기록하는 가운데 마을에 침입한 인물은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전력이 있는 위험한 인물이다.

10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노이즈'는 일본의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우발적 살인사건을 그린 스릴러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쇠락해가던 섬은 검은 무화과를 특산물로 내세우며 활기를 되찾는다.

정부가 거액의 특별교부금까지 준비하면서 무화과 농장을 운영하는 이즈미(후지와라 다츠야 분)는 섬마을을 살린 영웅으로 떠오른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 "흔한 스릴러 만들고 싶진 않아"
그러나 코미사카(와타나베 다이치)가 섬에 들어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즈미는 소아성애 성향이 있는 코미사카로부터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이즈미와 오랜 친구 준(마츠야마 겐이지), 신참 경찰관 모리야(가미키 류노스케)는 코미사카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그를 죽이고 만다.

이들은 시체를 숨기며 범행을 은폐하고 위장하려 한다.

증거인멸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하나씩 공범으로 끌어들인다.

마을 사람들은 영웅인 이즈미를 감싸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육지에서 온 형사들을 민폐라며 비난한다.

형사에게 거짓말을 하는 마을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마을을 위한 일'이라며 합리화한다.

그러나 형사의 끈질긴 노력으로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진다.

영화는 복선과 반전을 배치한 전형적 경찰영화 형식에 블랙코미디를 보탰다.

소꿉친구이자 살인사건 공범인 이즈미와 준의 관계, 기이할 정도로 폐쇄적인 마을 사람들의 태도가 서스펜스를 끌어올린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 "흔한 스릴러 만들고 싶진 않아"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초창기 '바이브레이터' 등 에로티시즘을 다루는 이른바 핑크무비를 주로 찍었다.

이후 판타지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영화로 만드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의 폭을 넓혀왔다.

'노이즈'는 올해로 연출 데뷔 40년을 맞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첫 스릴러다.

영화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여럿이지만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거의 없다.

대신 이즈미와 준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감정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날 상영 직후 한국 관객과 만난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마지막 부분에서 범인이 밝혀지는 흔한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며 "살인이 벌어지고 여러 사람이 연루되는 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 "흔한 스릴러 만들고 싶진 않아"
영화는 배우 후지와라 다츠야와 마츠야마 겐이치가 '데스노트' 시리즈 이후 10여 년 만에 호흡을 맞추며 화제를 모았다.

감독은 "'데스노트' 이후 두 배우 모두 활약을 많이 했고 인기도 대단하다"며 "둘의 연기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게 영화의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일본의 고질적 사회문제가 된 인구소멸도 영화의 중요한 주제라고 했다.

그는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이 몰락하는데 과연 이래도 괜찮은지 생각하게 됐다.

도시화나 관광 활성화만 대안이 아니다"라며 "(인물들에게 섬마을은) 아스러져 가더라도 애착을 갖는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