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 차원의 낙태 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후 낙태를 금지하는 주 정부가 늘어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인 별장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선포에 따른 영향은 무엇인지 살펴보라고 관료들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낙태 수술 접근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 공중보건서비스법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자연재해 또는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추가 자금을 제공받는다. 기간은 총 90일로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선포 여부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입장은 갈린다.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가 낙태권 폐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과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백악관도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젠 클라인 백악관 젠더정책 자문위원회 국장은 지난 8일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포가) 선택권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선택지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만 달러 정도의 기금 밖에 없기 때문에 선포 이후에도 동원 가능한 자원이 많지 않다"면서 "정부의 법적 권한이 상당하게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