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소형 아파트 거래만 활기를 띠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이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껴 상대적으로 소형·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는 모습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소형 면적 기준인 전용 60㎡ 이하 서울 아파트의 올 1~5월 매매 건수는 4075건이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건수(7917건)의 51.47%에 달했다. 2007년 55.0%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청약 시장에서도 소형 아파트의 인기는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용 60㎡ 미만 소형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7.3 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6 대 1)에 비해 세 배가량 높아졌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청약 시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소형 아파트만 선방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대출 여력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실수요자들이 중대형 아파트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갈수록 늘고 있는 1~2인 가구 비중도 소형·저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표적인 정부 지원 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6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건수는 총 857건인데, 이 중 6억원 이하 거래가 493건(57.52%)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 각지에서 매매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지만 소형 아파트값은 오히려 오름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서울 강서구에 있는 가양성지2단지 아파트 전용 34.44㎡는 올 5월 6억3000만원에 팔렸다. 최고가였던 지난해 6월 6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DSR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기조로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 부담이 커진 영향이 소형 아파트 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