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불복 속 가시적 대응 움직임은 없어…우군 부재에 길어지는 고심
당내에선 자진 사퇴론도…李, 2030 당원 끌어모아 여론전 가능성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로 정치 인생의 갈림길에 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잠행 속에 장고를 이어 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부재'를 기정사실로 하며 후폭풍 수습 모드로 전환한 양상이지만, 이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 결정 직후 즉각 불복을 선언했음에도 11일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 주재 여부에 대해 "주말에 판단해보겠다"고 했지만, 결국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당 대표 직무 대행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최고위를 주재했다.

대응책으로 언급한 윤리위 재심 청구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도 아직 이렇다 할 기미가 없는 상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측근 그룹과도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이날 선수별 의원 모임과 의원총회 상황을 지켜보며 상황 반전 카드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노원구 자택에도 별다른 인기척이 없었다.

현관문에는 이날 오전 10시51분 도착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발송 내용증명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붙어있다.

윤리위가 보낸 징계 관련 공문서로 추정된다.
이 대표가 대응 카드를 내놓기 쉽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는 먼저 당내에서 자신 편을 들어주는 우군(友軍)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번 윤리위 국면에서 이 대표가 기용한 청년 당직자 등을 중심으로 징계 반대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제기되긴 했지만, 윤리위 결정 이후에도 원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징계 수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자진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의총에서 박대출 의원은 "이 대표의 결자해지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또 '이 대표가 좋은 모양새로 물러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나서서 설득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진 사퇴론에 대해선 간접적으로나마 선을 긋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

제가 어제 확인했다"고 전했다.

과거 이 대표와 바른정당 인연이 있는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6개월 징계이기 때문에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할 이유는 안 된다"면서도 "현재 당내 목소리들로 보면 저 같은 입장은 사실 소수"라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를 돕는 분들이 당내에 어느 정도는 있지만 아무래도 조금 '샤이'한 분들이 많다"며 "현재 당권파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워낙 기세가 등등하니까 조심스러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원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 대표로서는 결국 장외 세력 과시로 '무력 시위'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최대 지지층이자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기반인 '2030 남성 당원'이 결국 믿을 구석인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온라인 입당 웹페이지 링크를 걸어 놓고 "당원 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입니다"라고 썼다.
앞서 윤리위 징계 결정이 나온 직후인 지난 8일에도 온라인 당원 가입 독려 글을 올린 바 있다.

만약 이번 윤리위 사태를 계기로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이 대거 추가 유입돼 3개월 후 책임당원 지위까지 획득한다면 향후 당권 경쟁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및 당 지지율 하락세를 정치적 재기를 위한 공간 확보의 고리를 삼을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징계 국면에서 20대를 중심으로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매개로 당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는 점과 이번 징계 결정의 부당성을 부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