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

부자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다루는 방식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항상 건강한 부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빚에는 좋은 빚과 나쁜 빚이 있다고 말했다. 빚이 새로운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내 자산을 증식시키면 좋은 빚이고, 반대로 빚이 아무 현금흐름을 만들지 못한 채 이자비용만 지출하게 하면 나쁜 빚이다. 좋은 빚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하고 나쁜 빚은 최대한 빨리 없애는게 좋다.

밀레니얼 세대의 전체 자산에서 암호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암호화폐는 마치 로또처럼 '일확천금' 을 목표로 잠깐 투자해보는 자산이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그리고 외환으로 일컬어지는 5대 투자자산에 들어가는 자산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만큼 암호화폐를 길게 보유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있으며 이들은 암호화폐를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 받고 이를 레버리지 삼아 더 큰 수익을 올리는 '제 2의 월급', 또는 '월급 외의 현금흐름 파이프라인'에 대한 수요가 그것이다.
연령, 성별, 소득수준 별로 암호화폐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 ‘모닝컨설트’ 설문조사: 2021년 7월~12월 미국인 5만명 대상 실시
연령, 성별, 소득수준 별로 암호화폐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 ‘모닝컨설트’ 설문조사: 2021년 7월~12월 미국인 5만명 대상 실시
이런 수요에 부응하고자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및 기타 알트코인을 담보로 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구독자 34만명을 보유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Mark Moss’의 진행자 마크 모스 (Mark Moss)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 인근에 무려 2만평 규모에 이르는 농장 겸 목장을 암호화폐 담보대출을 통해 구입한 사실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우선 많은 지역들 중에서 텍사스 오스틴을 선택한 이유는 최근 이곳이 주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로 인해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도 지난 1월 오스틴에서 가장 높은 66층짜리 빌딩의 절반인 33개 층을 임대해 약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부분은 현재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넘어오지만 약 400여명은 오스틴 내에서 신규로 채용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이 끝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는 테일러라는 도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돼있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도 현재 본사가 있는 팔로알토에서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다. 기업들의 러브콜에 텍사스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고 있다.

마크 모스가 농장을 구입한 지역엔 미국 전역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와이너리가 많다. 포도농장과 와인 생산시설을 함께 보유한 와이너리는 일반적으로 직접 와인을 구매하러 오는 VIP 고객들을 위해 아름다운 투어용 시설을 마련해놨다. 미국에서는 와이너리가 보유한 넓은 야외장소와 시설들을 결혼식장으로 이용하는 커플들이 많다. 특히 오스틴 근처의 와이너리 지역은 결혼식 시즌만 되면 수만명이 다녀가는 결혼식 핫스팟이다.

결혼식 시즌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보니 당연히 근처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 당일치기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결혼식이 열리기 며칠 전부터 결혼식장이 있는 시설에서 하객들과 함께 파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하객들이 묵을 숙소를 잡기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결혼식장 근처 에어비앤비들의 매출이 굉장히 좋다고 한다. 더군다나 최근들어 오스틴으로 둥지를 옮기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꼭 결혼식 때문이 아니더라도 예약 건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마크 모스는 영상에서 농장 전체를 대략 200만 달러 (약 25억원)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고 오직 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부는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받아 마련했고, 나머지는 구입한 농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모기지론을 받았다. 그는 농장에 딸려있는 방 다섯개짜리 집을 멋있게 인테리어해서 결혼식 시즌에만 에어비앤비로 내놓고, 비시즌에는 자신과 가족들이 휴가를 보내는 별장으로 쓸 예정이다. 주변에 위치한 비슷한 규모의 에어비앤비 숙소들을 조사해본 결과 결혼식이 몰리는 시즌에만 운영해도 월 1만5000~1만8000 달러 정도의 순수익이 예상된다. 이는 농장 구입에 쓰기위해 대출받은 200만 달러에 대한 이자비용을 내고도 남는 금액이다. 비트코인 담보대출을 활용해 한달에 약 2000만 원의 현금이 주머니에 꾸준히 들어오는 사업을 내 돈 한 푼 안들이고 시작한 셈이다.

셀시우스 사태를 기회로 삼는 대출업체들

미국에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 받을수 있는 방법이 꽤 있다. 원래는 암호화폐 기반 신흥 핀테크 기업들에서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했다. 올해 4월에는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이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자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담보로 골드만삭스로부터 현금 대출을 받은 사실이 블룸버그 뉴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뉴욕시에 기반을 둔 실버게이트 은행은 작년 3월부터 피델리티를 시작으로 법인과 기관 대상 비트코인 담보대출을 꾸준히 실행해오고 있다.

물론 고액 자산가를 제외한 일반 개인의 경우 아직 제 1금융권에 있는 대형 은행을 이용할 순 없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파산설 및 매각설이 돌고있는 블록파이, 그리고 셀시우스와 같은 암호화폐 전문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해 왔다.

블록파이와 셀시우스는 너무 위험한 방법으로 고객자금을 운용하다가 암호화폐 시장에 급격한 하락장이 찾아오자 현재 파산 위기에 몰렸다. 신용리스크를 너무 방만하게 관리해온 탓이다. 반면에 오히려 이번 위기를 자신들의 안정성을 입증할 기회로 삼고있는 서비스들도 눈에 띈다. 앵커리지(Anchorage)는 최근 자사 블로그에 어떻게 이번 디파이(DeFi) 및 쎄파이(CeFi) 연쇄 파산 사태에서 자신들은 단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았는지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레든(Ledn)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고객들이 맡긴 예치금액과 대출자들에게 나간 대출금액을 투명하게 비교한 자산실사 보고서(Proof of Reserve)를 공개하기도 했다.

파산 위험이 없는 안전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전제 하에 비트코인 담보대출은 훌륭한 재테크 방법이다. 비트코인은 수요는 점점 늘고 공급량은 점점 줄어드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그것의 장기적 가치가 우상향 하는 '경화(hard money)'이다. 현대의 신용화폐는 시간이 갈수록 구매력이 하락하기 때문에 저축하기보다 당장의 소비를 조장한다. 반면 경화는 지금 소비하는 것보다 저축하는 것이 유리한 자산이라 왠만하면 팔지말고 계속 모아나가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살다보면 갑자기 좋은 사업기회가 나타나는 등 다양한 이유로 급전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럴 때 비트코인을 팔지말고 담보대출을 이용하면 약간의 이자를 내면서 새로운 투자로 추가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건강한 부채를 통한 현금흐름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싶다면 비트코인 담보대출을 이용해 보자.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