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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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 주요 항구에서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코로나19로 불거진 글로벌 물류대란이 심화될지 수출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4~5배 가량 높은 수준인데 여기서 물류난이 가중되면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배가 된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 서부항만노조(ILWU)와 항만운영사 단체(PMA)는 지난 5월부터 노사협상을 진행 중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 6월 한 차례 중단됐던 협상이 다시 진행 중이며, 기존 계약은 이달 1일부로 종료됐다. 롱비치항과 LA항이 있는 미주 서부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주요 항로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체 물동량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양측 합의를 촉구한 만큼 아직까지 뚜렷한 파업 조짐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항만 자동화 계획이 주요 안건에 포함돼있는 만큼 실제 파업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ILWU는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꼽히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14년 협상이 결렬됐을 때는 약 4개월간 파업이 이어져 미국 서부 항만이 마비됐다. 이번 협상 타결 여부는 이르면 이달 나올 예정이다.

이날 기준 롱비치항 인근에서 입항을 대기하고 있는 배는 20~30척이다. 물류난이 역대급으로 극심했던 지난해 말(100여척)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선박이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 미국은 이틀이면 입항하는 곳으로 통하는데 지금은 2~3주 대기는 필수”라며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면 더 혼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독일 항만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노조 베르디는 지난 6월 두 차례 파업을 진행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중되고 있는데 임금협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최대 항구이자 세계 18위 무역항인 함부르크항에서 일어난 30여년만의 파업으로 엠덴 등 독일 주요 항만에서 하역작업이 중단됐다. 독일 함부르크항, 네덜란드 노테르담항, 벨기에 앤트워프항은 전통적으로 HMM 등 국내 해운사들의 주요 노선에 있는 항구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다행히 이번 파업이 북해 물류를 완전히 붕괴시키진 않았다”면서도 “아시아가 낀 항로의 경우 확실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킬 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 선박의 2%가 북해에 발이 묶여있으며 독일에서 선적된 물량의 12%가 아직 항구를 떠나지 못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기준 4143.87을 기록했다. 2020년 7월만 해도 1000선에 머물던 SCFI는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로 인한 ‘보복소비’와 세계 항만적체 현상이 맞물리며 급등했다. SCFI는 산출 시작일(2009년 10월16일)을 1000으로 보고 운임지수를 계산한다.

올 1월에는 집계 이후 최고치 (5109.6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수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물류가 ‘정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적이 없었다”라며 “세계 주요 항구에서 파업이 현실화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