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풀지 않고 데이터 분석'…K-스타트업, 동형암호 기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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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스타트업 크립토랩
동형암호 서비스 '혜안' 개발
IBM AI 소프트웨어에 탑재
디사일로, 네이버 등서 투자 유치
2020년 국제 유전체보안대회 1위
코로나 확진자 동선 확인 앱 개발
통계청, K통계 플랫폼 구축 활용
하나銀·네이버도 동형암호 도입
동형암호 서비스 '혜안' 개발
IBM AI 소프트웨어에 탑재
디사일로, 네이버 등서 투자 유치
2020년 국제 유전체보안대회 1위
코로나 확진자 동선 확인 앱 개발
통계청, K통계 플랫폼 구축 활용
하나銀·네이버도 동형암호 도입
테크 기업들은 물론 전통 제조·서비스 업체들에도 ‘개인 정보 활용’ 유무는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등의 발전으로 데이터 분석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개인 정보 도용에 따른 범죄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의 일명 ‘데이터 3법’,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GDPR), 미국의 캘리포니아 소비자정보보호법(CCPA) 등은 데이터 활용에서 개인정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숙제가 됐다. 최근 차세대 암호체계로 동형암호(同形暗號)가 떠오르는 이유다.
하지만 동형암호가 제대로 쓰인 곳은 아직 없다. 생긴 지 13년밖에 되지 않았다. 동형암호는 2009년 IBM이 최초로 세상에 내놨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지금도 연구 중이다. 한국도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관련 스타트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크립토랩은 국내외 다양한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민연금공단,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의 신용을 높게 평가하는 데이터 통계 모델’을 구축했다. 삼성전자, 네이버 등과도 동형암호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IBM의 AI 소프트웨어에 ‘혜안’을 탑재하는 계약을 맺었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오픈소스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SEAL’보다 90배 빠른 크립토랩의 기술 수준을 더욱 고도화해 세계 어떤 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SEAL’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형암호 프로그램이다.
2020년 설립된 디사일로도 동형암호 전문 스타트업이다. 디사일로를 공동 창업한 이승명 대표는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AI 개발자다. 개발 경험이 풍부한 덕에 설립 3개월 만인 네이버와 본엔젤스에서 투자받았다. 창업 첫해부터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2020년 국제 유전체(게놈) 정보분석 보안 경진대회 ‘iDASH 2020’에서 서울대 등과 ‘동형암호 기반 암종(癌種) 분석’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900여 명의 암호화된 유전체 변이 데이터를 동형암호 기술로 분석하고 암 종류를 알아맞히는 것이 과제였다. 디사일로는 미국 예일대, 중국 알리바바 등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온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세계 동형암호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가톨릭대 의대와 개인정보 노출 걱정 없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자신의 동선이 겹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동형암호 기술을 적용해 암호화된 개인의 위치 정보와 확진자 동선을 비교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 걱정이 없다.
인력도 보강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17년 동안 개발자로 근무한 유동훈 최고연구책임자(CRO)가 지난 3월 디사일로에 합류했다. 유 CRO는 이전 직장인 삼성에서도 동형암호를 연구했다. 이 대표는 “올해 동형암호로 의료 데이터 활용 수준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지부진한 데이터 산업을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각종 통계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인 ‘K통계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동형암호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민 생활과 밀접한 통계 데이터가 정보 유출 우려와 활용 시스템 부재로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통계청은 동형암호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다양한 업종에서 동형암호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나은행은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활용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동형암호를 적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동형암호를 사용 중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기업들 입장에서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숙제가 됐다. 최근 차세대 암호체계로 동형암호(同形暗號)가 떠오르는 이유다.
○데이터, 암호 걸린 상태로 처리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지 않고도 해당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기반 데이터 분석은 암호화된 데이터의 암호를 풀고 연산한 뒤 다시 암호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데이터 유출은 이 암호가 풀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원치 않은 데이터 정보도 공개될 수 있다. 반면 동형암호는 데이터 보관·통신·처리 과정에서 데이터가 전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 유출이 원천 차단된다.하지만 동형암호가 제대로 쓰인 곳은 아직 없다. 생긴 지 13년밖에 되지 않았다. 동형암호는 2009년 IBM이 최초로 세상에 내놨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지금도 연구 중이다. 한국도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관련 스타트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K스타트업들 잇따라 두각
크립토랩은 국내 대표적인 동형암호 전문 스타트업 중 하나다. 2017년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설립했다. 서울대 산업수학센터에서 육성한 첫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크립토랩은 동형암호 원천기술과 이를 구현한 서비스 ‘HEaaN’(혜안)을 개발했다.크립토랩은 국내외 다양한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민연금공단,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의 신용을 높게 평가하는 데이터 통계 모델’을 구축했다. 삼성전자, 네이버 등과도 동형암호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IBM의 AI 소프트웨어에 ‘혜안’을 탑재하는 계약을 맺었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오픈소스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SEAL’보다 90배 빠른 크립토랩의 기술 수준을 더욱 고도화해 세계 어떤 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SEAL’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형암호 프로그램이다.
2020년 설립된 디사일로도 동형암호 전문 스타트업이다. 디사일로를 공동 창업한 이승명 대표는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AI 개발자다. 개발 경험이 풍부한 덕에 설립 3개월 만인 네이버와 본엔젤스에서 투자받았다. 창업 첫해부터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2020년 국제 유전체(게놈) 정보분석 보안 경진대회 ‘iDASH 2020’에서 서울대 등과 ‘동형암호 기반 암종(癌種) 분석’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900여 명의 암호화된 유전체 변이 데이터를 동형암호 기술로 분석하고 암 종류를 알아맞히는 것이 과제였다. 디사일로는 미국 예일대, 중국 알리바바 등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온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세계 동형암호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가톨릭대 의대와 개인정보 노출 걱정 없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자신의 동선이 겹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동형암호 기술을 적용해 암호화된 개인의 위치 정보와 확진자 동선을 비교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 걱정이 없다.
인력도 보강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17년 동안 개발자로 근무한 유동훈 최고연구책임자(CRO)가 지난 3월 디사일로에 합류했다. 유 CRO는 이전 직장인 삼성에서도 동형암호를 연구했다. 이 대표는 “올해 동형암호로 의료 데이터 활용 수준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지지부진한 데이터 산업을 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형암호로 통계 플랫폼 혁신
동형암호 기술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 등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 부처 중에서는 통계청이 적극적이다.통계청은 각종 통계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인 ‘K통계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동형암호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민 생활과 밀접한 통계 데이터가 정보 유출 우려와 활용 시스템 부재로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통계청은 동형암호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다양한 업종에서 동형암호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나은행은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활용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동형암호를 적용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동형암호를 사용 중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