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전략,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조평규의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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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포스트 코로나' 새 전략적 접근 필요
개별 기업보단 정부가 직접 소통해야
'포스트 코로나' 새 전략적 접근 필요
개별 기업보단 정부가 직접 소통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대(對)중국 사업관은 급속한 전환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상하이시의 전체주의적인 전면적 봉쇄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에 대한 대비책으로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한때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제조업 원가 절감형 투자가 넘쳤습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새로 생겨난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간재를 팔았습니다. 매년 흑자를 거둬 한국 경제에 큰 보탭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중국 로컬기업들이 부상하면서 중국 내 우리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폐업하거나 제3국으로 이전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철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중국에 대한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기술 전쟁은 미국이 유리해 보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대응도 만만하지 않아 승부를 예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유럽은 자국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전략에 선별적인 공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거대한 시장이라는 무기로, 유럽 국가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중 양쪽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와중에 대통령을 수행한 우리 정부의 경제 핵심 간부가 '중국 수출을 통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야 한다는 이른바 '탈(脱)중국'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무역 구조의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안 없이 발표를 앞세우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는 수출주도형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60%를 차지합니다. 수출이 둔화되거나 적자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나라입니다.
우리는 작년만 해도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28%에 달해, 미국(15%)과 유럽(14%)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잘 나가고 있는 시장을 차버리는 것과 같은 태도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중국은 고급자동차나 항공기는 물론, 명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선진국들이 눈독을 들이는 황금 시장이기도 합니다. 중국 로컬기업들이 생산하는 저급한 수준의 상품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반면 한국에서 인정 받는 고급 제품이나 금융 업종은 중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은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가 집중해서 파먹을 수 있는 황금 광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중국 경제에서 국영기업의 영향력은 꽤나 높습니다. 특히나 중국 정부의 정책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중국은 개별 기업보다 정부 간의 대화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기업의 일은 기업이 해결하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향후 3년 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5G, 가상현실 등 디지털경제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중국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 활용하는 영리함이 필요합니다. 중국을 미워하는 감정적 반중(反中) 정서로는, 중국을 활용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큰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중국에 대해 공부하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중국의 변화를 체크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중국의 성장 이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넓은 영토와 수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중국인들조차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세계에서 가장 중국을 잘 아는 나라로는 한국이 꼽힙니다.
중국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적용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중국 공산당이나 정부 지도부와의 인맥인 '관시'(關係), 분야별 전문가의 존재가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활용하는 폭넓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포스트 코로나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중국의 산업구조와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중국도 국제적인 환경이 바뀌어 사드 배치 때와 같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보복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급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거칠게 덮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중국을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할 때 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한국은 한때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제조업 원가 절감형 투자가 넘쳤습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새로 생겨난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간재를 팔았습니다. 매년 흑자를 거둬 한국 경제에 큰 보탭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10여년간 중국 로컬기업들이 부상하면서 중국 내 우리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폐업하거나 제3국으로 이전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철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중국에 대한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기술 전쟁은 미국이 유리해 보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대응도 만만하지 않아 승부를 예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유럽은 자국들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전략에 선별적인 공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거대한 시장이라는 무기로, 유럽 국가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중 양쪽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와중에 대통령을 수행한 우리 정부의 경제 핵심 간부가 '중국 수출을 통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야 한다는 이른바 '탈(脱)중국'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무역 구조의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안 없이 발표를 앞세우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는 수출주도형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60%를 차지합니다. 수출이 둔화되거나 적자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나라입니다.
우리는 작년만 해도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28%에 달해, 미국(15%)과 유럽(14%)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잘 나가고 있는 시장을 차버리는 것과 같은 태도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중국은 고급자동차나 항공기는 물론, 명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선진국들이 눈독을 들이는 황금 시장이기도 합니다. 중국 로컬기업들이 생산하는 저급한 수준의 상품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반면 한국에서 인정 받는 고급 제품이나 금융 업종은 중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은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가 집중해서 파먹을 수 있는 황금 광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중국 경제에서 국영기업의 영향력은 꽤나 높습니다. 특히나 중국 정부의 정책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중국은 개별 기업보다 정부 간의 대화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기업의 일은 기업이 해결하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향후 3년 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빅데이터, 5G, 가상현실 등 디지털경제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경제의 구조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중국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아 활용하는 영리함이 필요합니다. 중국을 미워하는 감정적 반중(反中) 정서로는, 중국을 활용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큰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중국에 대해 공부하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중국의 변화를 체크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중국의 성장 이익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넓은 영토와 수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중국인들조차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세계에서 가장 중국을 잘 아는 나라로는 한국이 꼽힙니다.
중국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적용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중국 공산당이나 정부 지도부와의 인맥인 '관시'(關係), 분야별 전문가의 존재가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활용하는 폭넓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포스트 코로나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중국의 산업구조와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중국도 국제적인 환경이 바뀌어 사드 배치 때와 같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보복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조급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거칠게 덮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중국을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할 때 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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