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자 10명 중 6명은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약 1300만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대로 회복할 것이란 관측보다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개인 및 기관투자자 950명이 참여한 MLIV펄스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11일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 5~8일 진행된 이 조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의 비중은 60%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이 향후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거래 수준(약 2만달러)에서 반토막날 것으로 예측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은 2020년 9월 이후 1만달러 아래에서 거래된 적이 없다. 벤처캐피털인 트라이브캐피털의 자레드 마드페스 파트너는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내재된 두려움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한 비율은 40%에 달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올해 들어선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만530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대비 70%가량 급락한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유동성이 줄어들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매도세는 거세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제코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후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약 2조달러가 증발했다. 블룸버그는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보다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가 컸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24%가 암호화폐는 쓰레기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가치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28%가 "암호화폐는 금융의 미래"라고 확신한 반면 20%는 "암호화폐는 가치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치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미국 금융업체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반면 이더리움은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응답자 대다수는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추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 하나가 5년 후에도 암호화폐 시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