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기술·성장주의 투자 기회가 오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라 나왔다.

줄리언 이매뉴얼 에버코어ISI 선임분석가는 11일(현지시간) “2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성장주엔 단기 매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적으로 실적 조정 압력이 큰 게 사실이지만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너무 컸다는 얘기다.

이매뉴얼 분석가는 “강달러와 고용 둔화, 공급난, 재고 증가가 꾸준하다”며 “기업들의 이익률과 주당순이익(EPS)이 동시에 하강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말의 S&P500지수 전망치를 종전의 4300에서 4200으로 소폭 낮췄다. 다만 지금보다는 여전히 8~9% 높은 수치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전략가도 “향후 10년을 보면 혁신을 이끄는 기술주에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 투자자들은 기술·성장주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만 증시 전체의 분위기는 더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8.6%로, 4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기 대비 8.6%로, 4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오펜하이머 전략가는 “약세장에선 보통 30% 하락하는데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하면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게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기준금리와 물가가 정점을 찍어야 증시가 반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오펜하이머 전략가는 “2분기엔 그동안 관심을 가졌던 매출 성장보다 이익률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기업 이익률이 조금씩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원자재와 인건비 등 비용이 뛰면서 이익률이 더 낮아질 것이란 게 오펜하이머 전략가의 관측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