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에서 또 다시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달의 주택 거래 취소건수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일(현지시간) 부동산 중개업체인 레드핀에 따르면 6월 주택 매매 취소 사례가 총 6만 건에 달했다. 지난달 매매됐던 전체 거래 건수의 14.9%에 달하는 수치다.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많았다.

주택 거래 취소건수는 매매를 위한 가계약을 체결한 뒤 여러 사유로 거래를 폐기한 숫자다. 취소 비율은 작년 6월엔 11.2%였다.

레드핀은 “가계약 후 대출이 거부됐거나 수리비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됐거나 매수자가 갑자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며 “가장 큰 이유는 갑자기 뛴 모기지 금리에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대비 두 배 급등한 모기지 금리가 매수자들의 최종 계약 부담을 높였을 것이란 진단이다.
미국 부동산 중개체인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 취소 비율은 14.9%로 치솟았다. 레드핀 제공
미국 부동산 중개체인인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 취소 비율은 14.9%로 치솟았다. 레드핀 제공
테일러 마 레드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이 둔화한 이후 매수자들이 협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매수 의향을 전달한 뒤 실제 계약 때 대출 금리 급등을 이유로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요즘은 주택 구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쉽게 취소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평균 연 6% 안팎이다. 올 초엔 연 3% 정도였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