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풍향계 강남 3구 '흔들'…"부자들도 몸 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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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집값 유일하게 뛴 서초·강남 하락 거래
"현금 부자들도 관망…하반기 조정 가능성"
"현금 부자들도 관망…하반기 조정 가능성"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가운데 새 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서초, 강남 등 핵심 지역 가격을 지켜준 거죠. 하반기엔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현금 부자들도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어요."(강남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 집값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 집값이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 기대감과 세금 부담 확대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남 집값 버팀목이 됐지만, 그마저도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현지에 있는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들은 “집값 상승 피로감,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6·7차’ 전용 157㎡는 지난달 55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58억원으로 5월에 거래됐는데, 한 달 만에 3억원이 떨어졌다.
개포동에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지난달 28일 21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달인 5월 22억8500만원에 팔렸는데 한 달 새 1억4500만원이 하락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4㎡도 지난달 29일 42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초 거래된 43억5000만원보다 1억원 낮아진 수준이다. 같은 동에 있는 ‘우성4차’ 전용 152㎡도 전월 3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직전 거래인 38억9000만원(4월)보다 2억9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강남구에는 아무래도 재건축 아파트가 많다 보니 새 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며 “대선 이후만 해도 반짝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금 부자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개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수요자들이 집을 살 때는 집값이 더는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거나, 완전 바닥이 아니더라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둘 다 아니다”라며 “전국을 덮친 집값 하락 공포감이 강남권에도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대장 단지는 아니지만 서초구에서도 하락 거래는 나왔다.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서초힐스’ 전용 84㎡는 지난달 16억5000만원에, 5월엔 16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17억4000만원에 팔렸던 면적대다. 신고가 대비 1억원 내외로 하락했다.
잠원동에 있는 ‘현대’ 전용 84㎡도 지난달 22억원에 팔렸다. 4월 거래된 21억5000만원보다는 7000만원 높게 거래됐지만 지난해 8월 기록한 23억원 신고가보다는 1억원 낮다.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초구 내에서도 반포동 등 대장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소폭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들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가격이 그나마 방어가 됐지만, 금리가 더 오르고 집값이 하락한다는 전망이 계속되면 하반기엔 어느 정도 조정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서울 6월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8로 직전 달인 5월 92.2보다 14.1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3월 74.3을 기록한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협력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통계다. 10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전망한 답변이 많다는 뜻이다.
실수요자들 역시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727명) 가운데 61.9%(1069명)은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가 6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인식으로 인한 수요 감소(15.0%) △물가 상승 부담과 경기 둔화(12.1%)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에 따른 매물 증가(4.7%) 등의 순이었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대세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하락 거래가 있는 것은 맞지만 집값이 뚝뚝 내려가고 있는 세종이나 대구처럼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아직은 조정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반포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도 "반포동은 작년부터 ‘고점을 찍고 내린다’는 얘기가 꾸준히 돌았지만, 여전히 고점을 경신 중"이라면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매매는 조용하지만, 가끔 1건씩 거래되는 단지가 나오면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오히려 높게 부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반기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집값이 오른 곳은 서초구와 강남구였다 서초구는 0.53%, 강남구는 0.27% 상승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남 3구를 포함한 24곳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유일하게 용산구만 보합을 기록했다.
매수 심리도 부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월 첫째 주(4일) 86.8로 지난 2월 마지막 주(28일, 86.8) 수준으로 내려왔다. 대선 이후 91.4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상승 폭을 다시 반납한 것이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단 뜻으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는 적고 팔려는 집주인은 많단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서울 집값 풍향계로 불리는 강남 집값이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 기대감과 세금 부담 확대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남 집값 버팀목이 됐지만, 그마저도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현지에 있는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들은 “집값 상승 피로감,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6·7차’ 전용 157㎡는 지난달 55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는 58억원으로 5월에 거래됐는데, 한 달 만에 3억원이 떨어졌다.
개포동에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는 지난달 28일 21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달인 5월 22억8500만원에 팔렸는데 한 달 새 1억4500만원이 하락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4㎡도 지난달 29일 42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달 초 거래된 43억5000만원보다 1억원 낮아진 수준이다. 같은 동에 있는 ‘우성4차’ 전용 152㎡도 전월 3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직전 거래인 38억9000만원(4월)보다 2억9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강남구에는 아무래도 재건축 아파트가 많다 보니 새 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며 “대선 이후만 해도 반짝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금 부자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개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수요자들이 집을 살 때는 집값이 더는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거나, 완전 바닥이 아니더라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둘 다 아니다”라며 “전국을 덮친 집값 하락 공포감이 강남권에도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대장 단지는 아니지만 서초구에서도 하락 거래는 나왔다.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서초힐스’ 전용 84㎡는 지난달 16억5000만원에, 5월엔 16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17억4000만원에 팔렸던 면적대다. 신고가 대비 1억원 내외로 하락했다.
잠원동에 있는 ‘현대’ 전용 84㎡도 지난달 22억원에 팔렸다. 4월 거래된 21억5000만원보다는 7000만원 높게 거래됐지만 지난해 8월 기록한 23억원 신고가보다는 1억원 낮다.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초구 내에서도 반포동 등 대장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소폭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들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가격이 그나마 방어가 됐지만, 금리가 더 오르고 집값이 하락한다는 전망이 계속되면 하반기엔 어느 정도 조정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서울 6월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8로 직전 달인 5월 92.2보다 14.1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3월 74.3을 기록한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협력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통계다. 10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전망한 답변이 많다는 뜻이다.
실수요자들 역시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727명) 가운데 61.9%(1069명)은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가 6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인식으로 인한 수요 감소(15.0%) △물가 상승 부담과 경기 둔화(12.1%)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에 따른 매물 증가(4.7%) 등의 순이었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대세 하락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하락 거래가 있는 것은 맞지만 집값이 뚝뚝 내려가고 있는 세종이나 대구처럼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아직은 조정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반포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도 "반포동은 작년부터 ‘고점을 찍고 내린다’는 얘기가 꾸준히 돌았지만, 여전히 고점을 경신 중"이라면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매매는 조용하지만, 가끔 1건씩 거래되는 단지가 나오면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오히려 높게 부르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반기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집값이 오른 곳은 서초구와 강남구였다 서초구는 0.53%, 강남구는 0.27% 상승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강남 3구를 포함한 24곳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유일하게 용산구만 보합을 기록했다.
매수 심리도 부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월 첫째 주(4일) 86.8로 지난 2월 마지막 주(28일, 86.8) 수준으로 내려왔다. 대선 이후 91.4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상승 폭을 다시 반납한 것이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단 뜻으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는 적고 팔려는 집주인은 많단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