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DB하이텍 주가가 12일 급락했다.

DB하이텍은 이날 15.70% 하락한 4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저가도 갈아치웠다.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 전담 부서인 '브랜드 사업부' 분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DB하이텍 주요 사업은 공장이 없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회사를 위해 제품을 생산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브랜드 사업으로 나뉜다. 주요 사업은 파운드리다. 파운드리에 가려져 있는 브랜드사업을 분사해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브랜드사업부는 기술적 한계가 크지 않은 상품을 위주로 설계해 왔다. 파운드리 고객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맡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브랜드사업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설계한다고 나서면 기존 파운드리 고객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로 생산을 맡기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DB 관계자는 "브랜드사업이 분사되면 반도체 파운드리와 설계 부문 양쪽 다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사 후 재상장에 대한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오지 않자 주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물적분할 후 재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을 여러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거래소 조회공시 요청에 "당사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사 검토를 포함하여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방법 및 시기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캐시카우였던 파운드리 사업의 '피크아웃(정점 찍고 하락)' 우려도 더해졌다. 8인치 제품에 특화된 DB하이텍 파운드리 사업은 코로나19 기간 정보기술(IT)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IT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가격 인상 사이클이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