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케이크 대신 눈칫밥 먹은 유치원생…"정서학대 주의해야"
성인보다 의사 표현이 서툰 미취학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빈번히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남에 사는 한 학부모는 "최근 모 유치원에서 '잔반을 남겼다'는 이유로 자신의 5살 난 아들이 생일날 케이크를 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정서적 학대를 호소했다.

이 학부모는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잔반을 남기면 안 된다'는 엄격한 분위기가 형성돼 아들이 생일에 혼자 케이크를 먹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고, 이후 아들은 병원에서 스트레스 진단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케이크는 아이 생일날에 맞춰 해당 학부모가 보낸 것이다.

그는 "잔반을 남겼다는 이유로 케이크를 주지 않아 아이는 생일에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다"며 "엄격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 자체가 충분히 아동학대를 의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는 교사가 6살 아이에게 억지로 음식물을 먹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통계(2020년)를 살펴보면 피해 사례는 중복학대(48.3%), 정서학대(28.3%), 신체학대(12.3%), 방임(8.9%), 기타 순으로 집계됐다.

두 가지 이상 학대를 포함한 중복학대를 제외하면 정서학대 빈도가 큰 비율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정서적 학대는 학대를 가하는 입장에서 학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의사 표현이 서툰 아이를 대상으로 교육, 양육하는 경우 정서 학대를 유발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지 않은지 늘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잔반 사례를 들며 "잔반을 남기면 안 되는 규칙을 정하는 것은 필요하나 상황에 따라 잔반을 남기는 것을 허용하는, 즉 유아 중심의 유연한 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남교육청 유아 담당 유강민 장학사는 "유아는 발달 특성상 성인보다 표현이 서툴기 때문에 정서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충분히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