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001은 환자의 모낭을 채취해 분리한 모유두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제다. 연세대 약대에서 교수를 겸직하고 있는 성종혁 에피바이오텍 대표는 "오랜 연구를 통해 모유두세포를 고순도로 분리하고,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세포를 계속 배양(계대배양)시켜도 약효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동물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쥐에 EPI-001을 주입하자, 그 부위에서만 국소적으로 모발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돼지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EPI-001을 주입한 뒤 한 달이 지나자 모발 수가 40%, 모발 무게는 30% 가량 증가했다.
EPI-001은 현재 전임상을 마친 단계로 연내 국내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성 대표는 "현재는 환자의 모발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건강한 공여자의 모발을 활용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모유두세포는 섬유아세포와 같이 피부에 있는 세포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면역 반응을 덜 일으키는 편이다.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현돼서다. 성 대표는 "배양 조건을 달리해 면역 활성화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해 면역 반응을 크게 줄였다"며 "현재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모유두세포를 활용할 수 있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여자의 모낭에서 분리한 모유두세포를 GMP 시설에서 대량 분리·배양하면 한 배치당 약 10만개 정도의 바이얼(병)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성 대표는 "현재 개발된 탈모 치료제는 대부분 약을 끊으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오는 일시적 치료제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 꾸준한 사용이 어렵다"며 "이런 미충족 수요를 에피바이오텍의 치료제가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