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주담대 비교·중개 플랫폼 '담비'
"고금리 시대, 금리 비교 활성화로
소비자 이자 부담 낮춰주겠다"
가격 비교의 첫 걸음은 상품 비교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이제 금리 비교 플랫폼에서 여러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해보고 가장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제시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익숙하다. 하지만 국내 주택대출은 아직 이런 플랫폼을 통한 금리 비교 서비스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담비는 국내에서 최초로 주택대출 비교 전문 플랫폼을 표방하며 등장한 서비스다. 담비 운영사인 베스트핀의 주은영 대표(사진)는 "고금리 시대의 주담대 시장에서 대출 소비자가 주도권을 갖고 이자를 0.1%포인트라도 아낄 수 있는 열린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담보대출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집에 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했다.
국내 최초 주택담보대출 비교 플랫폼
베스트핀은 작년 1월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베스트핀 창업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대표 '고인물'이다. 주 대표부터가 대출모집인 15년 경력의 주택담보대출 전문가다. 그가 2006년부터 이끌어온 베스트엘씨는 오프라인 대출모집법인 업계 1위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진출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베스트핀은 작년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신설된 '온라인 대출성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 1호로 등록해 '담비' 앱을 시범 출시했다. 담비는 '담보대출 비교'의 줄임말이다. 신용대출 비교 플랫폼처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도 소비자가 앉은 자리에서 확정 금리와 한도까지 편하게 비교하고 고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소비자는 담비와 제휴한 금융사의 대출 상품들을 비교해보고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은 SC제일은행, 부산은행, SBI저축은행, 삼성생명 등 16개 금융사의 주담대 상품이 입점해 있다.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담비를 거쳐간 대출 비교 금액은 약 2조4000억원이다.
온·오프라인 연결해 대면 절차까지 해결
담비 소비자는 대출 비교 후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해당 금융사의 앱으로 넘어가 대출을 받거나, 전속 대출상담사나 금융사 직원을 배정받아 비대면 또는 대면으로 대출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대면 서비스를 선택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방문상담을 받게 된다. 대면 절차가 필요한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 설정, 임대차 확인 등의 업무도 소비자는 앉은 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다. 주 대표는 "대면과 비대면 서비스를 소비자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모델은 담비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대출은 온라인으로 대출 정보를 확인하고 신청을 하더라도 결국 한 번은 은행 창구를 방문하거나 전속 대출상담사를 만나야 되는 일이 생긴다. 그렇게 대면 업무 처리가 필요할 때도 소비자가 직접 움직일 필요 없이 '전문가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주 대표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거나, 주택담보대출처럼 규모가 큰 대출을 사람 상담 한 번 안 받고 일으키는 데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아직 많다"며 "온라인으로 대출 조건을 비교하고, 오프라인으로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모든 소비자를 포괄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했다.
소비자의 선택과 상담 내용, 상담 과정 등의 데이터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 조작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담비는 이런 블록체인 기반의 대출상담 플랫폼으로 특허를 받았다.
주담대 금리 비교, 해외선 이미 활성화
온라인 금리 비교 시장이 활성화되면 주담대도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금융사의 금리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비교 플랫폼 등장으로 상품간 금리 비교와 갈아타기가 쉬워진 신용대출처럼 주담대도 소비자 우위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게 주 대표의 생각이다. 국내 주담대 시장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가 지속돼 왔다. 올 3월 말 기준 국내 주담대 취급액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3.9%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5대 은행의 비중은 51.3%에 이른다.5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판매 경로가 은행 창구와 자체 비대면 채널, 전속 오프라인 대출상담사에 한정돼 있다.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은행들은 핀테크나 빅테크의 금리 비교 플랫폼에 입점하길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과 호주, 미국 등지에선 플랫폼을 통한 주담대 비교와 중개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실제 미국은 중개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는 대출 비중이 20%, 영국과 호주는 각각 76.5%, 69.5%에 이른다.
2016년 출시된 영국의 '하비토(Habito)'는 이런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 대표주자다. 90여 금융기관의 모기지 상품 약 2만개 중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잘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고 한 번에 대출 조건을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하비토가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약 8230만달러. 기업가치는 그 수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비토가 담비의 롤모델이라고 밝힌 주 대표는 "부동산과 금융 거래의 어려움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싶어하는 수요는 어디에나 있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핀테크가 주목받고 있다"며 "하비토처럼 부동산과 대출에 관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내 제휴 금융사 30곳으로 확대
담비는 연내 제휴 금융사를 3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직 대형 은행은 참여를 꺼리고 있지만 시간 문제라는 게 주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시장이 확대되려면 5대 은행이 주담대 비교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소비자 필요가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이미 신용대출 비교 플랫폼의 편리함을 경험한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주담대 비대면 비교·중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 그러면 5대 은행들도 계속 오프라인 지점과 상담사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요. 담비는 이 과정에서 비대면 대출 시장을 확대하는 메기 역할을 하겠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