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이노션 등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주력하는 일반적 광고 마케팅과 달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성과 역시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커짐에 따라 광고주가 마케팅 효과를 숫자로 직접 확인하는 것을 선호하는 게 이들이 퍼포먼스 마케팅 강화에 나선 이유다.

조직 신설한 제일기획

"광고주, 브랜딩보다 숫자 원한다"…데이터 힘 싣는 제일기획·이노션
12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팀인 ‘바운스팀’을 지난해 신설해 현재 4곳의 광고주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을 데이터에 기반한 여러 개의 시나리오로 만들어 개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행한다.

대표적 사례는 ‘배너 마케팅’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홍보용 배너를 제작해 어느 배너가 어느 마케팅 타깃에 더 어필하는지를 분석한 뒤 타깃별로 가장 효과적인 배너를 노출하는 식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진 건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마케팅 방식이 과거에 비해 훨씬 고도화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TV·신문 광고가 실제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지는지 분석하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홍보물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홍보물을 본 소비자가 실제 물건을 구매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광고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21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시장 규모는 2019년 6조5219억원→2020년 7조5284억원→2021년 9조2846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온라인 광고시장 규모는 11조116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광고시장(18조7391억원)의 59.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미지 제고에 퍼포먼스 마케팅 적용

광고업계 일각에선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해 요구되는 데이터 분석은 엑셀 같은 프로그램만 활용할 줄 알면 되는 초보적 업무인 만큼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선두권 광고회사의 인재를 이런 업무에 투입하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상장 광고대행사 에코마케팅의 임직원은 1분기 말 기준 총 277명으로, 제일기획(1364명)의 20.3%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제일기획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범위를 배너 마케팅에 제한하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작업에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진희 제일기획 퍼포먼스 마케팅팀 팀장은 “대형 광고회사에 광고·마케팅을 요구하는 광고주들은 매출 증대를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하면서도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가 이어지도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역시 지난해 퍼포먼스 마케팅 전문 기업 디퍼플을 인수하며 관련 분야 강화에 나섰다. 이노션은 이를 통해 광고주의 매출은 물론 온라인 유입 고객 수, 앱 다운로드 수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노션 관계자는 “마케팅 기법의 발달로 고객 세일즈 연계 분석, 매체 효율성 극대화 등이 가능해진 만큼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