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소장한 '샤갈'이 가짜?…위작 논란 휩싸인 '부케를 든 연인'
‘영원한 진품도, 영원한 위작도 없다?’

마르크 샤갈의 위작 그림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며 미술계가 진품 판정의 정당성 시비에 휘말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8일 보도했다. 미국의 수집가 스테파니 클레그(73)는 1994년 샤갈의 그림 ‘부케를 든 연인’(사진)을 소더비 경매에서 9만달러에 샀다. 작가가 죽은 지 9년 뒤였다. 침대맡에 30년 가까이 두고 있던 그 그림을 팔기로 결심한 건 2년 전. 소더비 경매 측에서 “지금이 샤갈의 수채화를 팔기 좋은 시기”라며 제안해왔다. 경매에 내놓기 위해 프랑스 마르크샤갈위원회에서 진품 검증 절차를 받던 중 그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명백한 위작이니 당장 그림을 불태워 없애라.”

클레그는 최근 NYT와의 인터뷰에서 “소더비를 믿고 샀는데 위작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소더비를 상대로 17만5000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더비 측은 “작품 보증기간은 5년”이라며 더 이상 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샤갈 그림의 진위 논란은 1990년대부터 끊이지 않았다. 마르크샤갈위원회는 샤갈의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그의 진품 그림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탓에 위작도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 법원은 그림이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 해당 작품을 불태우도록 명령한다. 미술계는 이에 대해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판단”이라고 비난한다. 현대 과학기술을 활용해 재검증할 여지가 있는데도, 위작 판명이 나오는 즉시 폐기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사례도 있다. 1958년 미국 소더비 경매에서 45파운드(약 6만5300원)에 판매된 ‘살바토르 문디’는 2011년 작품 복원 과정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판명되면서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달러(약 4939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모든 미술품 경매 중 최고가 기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