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은 베트남어 문맹률이 높았고 여성들의 문맹률이 특히 높았는데, 그 이유는 소수민족 소녀들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언어는 베트남어와 다른데, 입학 전까지는 자신들의 언어를 쓰다가 초등학교에 가서야 베트남어를 배우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그만두면 문맹으로 남을 확률이 더 커진다.
마을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물었는데, 교구나 책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교복’과 ‘신발’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잠옷이나 엄마 옷을 입고 학교에 오는데, 이러면 집과 학교가 분리되지 않아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육 효과도 반감됩니다. 스스로를 학생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나는 회사에서 이 땀응언 마을 초등학교 교복 보내기 모금운동을 벌였고, 임직원들의 호응과 회사의 도움으로 신발 500켤레와 교복 500벌을 보내줄 수 있었다. 교복과 신발의 효과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즉각적이었다. 땀응언 마을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교복을 입은 뒤 아이들 출석률이 매우 높아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농촌에서 이 마을 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대신 일을 시킬 때가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교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태도도 바뀌었다고 한다. 아침에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아이를 보고 어떻게 학교에 가지 말고 농사를 지으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 교복 입기 운동의 효과는 여자 아이들에게 더 컸는데, 부모들이 아들은 그래도 학교에 보내지만 딸은 당연히(?) 들로 내보내 일을 시켜왔기 때문이다.
이 지역 여성 문맹률이 높은 또 다른 이유는 소녀들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기 때문이었는데, 문제는 바로 화장실이었다. 베트남의 시골 학교는 대부분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거나 아예 학생 화장실이 없어 운동장 구석에서 용변을 봐야 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되면 이 문제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여학생들이 생기는 것이다.
유네스코도 화장실과 여성 문맹률의 연관성을 인지하고 개발도상국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려 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 주변국을 도와주는 나라가 됐다. 그 바탕에는 교육의 힘이 있었고, 특히 여성들의 높은 교육열이 자리잡고 있었다.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기회가 우선적으로 주어져야 하고, 가정과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문맹률이 더욱 낮아져야 한다.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모여 행복한 상생을 이뤄나가는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