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이 12일 서울 대학로에서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후 통행’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우회전 차량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때는 물론 ‘통행하려고 할 때’도 일시정지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선 보행자와 관계없이 반드시 멈춰야 한다.   김병언  기자
교통경찰이 12일 서울 대학로에서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후 통행’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우회전 차량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때는 물론 ‘통행하려고 할 때’도 일시정지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선 보행자와 관계없이 반드시 멈춰야 한다. 김병언 기자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시행 첫날인 12일 서울 방배역 사거리. 새 도로교통법 적용 사실을 몰랐던 탓인지 사거리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도 우회전하는 차량이 줄을 잇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30분간 관찰한 결과 전방 자동차 신호등이 녹색일 때 우회전한 차량 108대 가운데 24대가 일시정지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지나쳤다. 개정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거나 건너려고 하는 보행자들이 차를 피하기 위해 머뭇거리거나 뛰어가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운전자가 보행자의 통행을 예측하고 일시정지한 뒤 통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에 따르면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차량 운전자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

서울지하철 을지로3가역 사거리는 횡단보도 길이가 10m 안팎으로 짧고 방배역 사거리와 달리 보행섬이 없어 위반 차량이 많지 않았다.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우회전한 차량 145대 중 4대만 규칙을 위반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우회전하던 마을버스가 보행자를 들이받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운전 경력 40년인 이모씨(66)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개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보행자가 통행하려고 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행섬이 있는 방배역 사거리에서 차량 운전자가 보행자의 눈치를 보며 일시정지 대신 서행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는지 헷갈려하는 운전자가 다수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무조건 일시정지’를 앞당겨 시행하는 편이 차라리 효과적일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는 규정이 모호하고, 교차로 우회전 시 시야가 가려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현행법이 복잡한 탓에 법 준수 여부를 경찰이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종로구 이화사거리 등 서울 곳곳에서 계도 단속에 나섰다. 경찰관들은 일시정지하지 않고 곧바로 우회전하려는 차량을 멈춰 세운 뒤 안내서를 배부했다. 한 달간의 계도기간이 끝나면 상시 단속에 나서 범칙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우회전 시 일지정지 규칙을 위반하면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횡단보도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일단 멈추고, 사람이 보이지 않더라도 정지한 뒤 확인하고 우회전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