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23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과 백악관까지 경고하고 나선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 등 굵직한 일정을 앞두고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거래대금은 1년 전 대비 반토막이 났다.
2300선에 갇힌 '박스피'…거래액은 반토막

올해 최저 거래대금…투자심리 ‘관망’

12일 코스피지수는 0.96% 하락한 2317.7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303.74까지 하락했지만 2300선은 지켜냈다. 지난달 하루에 100포인트 이상 하락하던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2300선 부근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날 발표되는 미국 6월 CPI,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등 굵직한 일정을 앞두고 투자 경계심리가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6조2900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전(11조2800억원) 대비 44.24% 급감했다. 2019년 12월 13일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3일 금통위가 최초로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6.0%)이 2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데다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빅스텝을 단행하지 않으면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도 크다. 금리 인상은 위험자산 선호도를 낮추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미국의 6월 CPI 발표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시장에선 지난달 CPI 상승률이 전달(8.6%)보다 높은 8.8%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CPI 수치를 두고 시장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락)’으로 해석할지, 여전히 높은 물가가 미 중앙은행(Fed)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부를 것이라고 해석할지 아직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2분기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 역시 투자자를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방문을 통해 원유 증산 소식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베어마켓 랠리” vs “반등 어려워”

증권가에선 아직 추세적 반등은 이르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나고, 인플레이션도 정점을 통과했다는 확신이 든 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국면)’ 기대는 가져볼 만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역사적 베어마켓 랠리 상승률을 대입해봤을 때 미국 증시는 6% 내외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한국 증시도 성장주와 낙폭과대주 중심의 단기 매매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어마켓 랠리에 쉽사리 올라타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저점과 고점을 미리 알고 단기 매매 차익을 얻기 쉽지 않은 장이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상과 6월 CPI 발표 이후에도 한동안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침체 우려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