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업무·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전경.  한경DB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서울 업무·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전경. 한경DB
지난해까지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업무·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부담이 커진 데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라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 등 핵심 지역에서도 거래량이 줄고,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가 된 성수동 일대에서도 나오지 않던 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거래 건수 40% 급감…가격도 ‘주춤’

성수동마저…시들해진 상업용 부동산
12일 토지·건물 정보 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업무·상업용 빌딩 거래 건수는 145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2438건)에 비해 40.15% 급감했다. 거래 건수 감소와 함께 매매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서울 업무·상업용 빌딩의 3.3㎡당 단가(평단가)는 8594만원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하반기(8349만원)에 대비 2.93% 오르는 데 그쳤다.

업무·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상반기 서울 강남 업무·상업용 빌딩 거래 건수는 171건이다. 지난해 상반기(297건)와 하반기(212건)에 비해 각각 42.42%, 19.33% 줄었다. 올 상반기 서울 강남 업무·상업용 빌딩의 평단가는 1억6107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반기(1억3523만원)에 비해선 19.10% 올랐지만, 지난해 하반기(1억6375만원)에 비해선 오히려 1.63% 떨어졌다.

빌딩 거래 전문가들은 올 2분기 이후 성수동에서 매물들이 나오고 있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수동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역과 서울숲역 일대를 중심으로 맛집과 카페가 몰려 있어 MZ세대에게 SNS 성지로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명동·홍대 등과 달리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굳건했던 성수동이지만 최근 빌딩들이 하나둘 매물로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편집숍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지난해만 해도 성수동 업무·상업용 부동산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 들어선 한풀 꺾였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실제 지난달 중순 바스버거 성수점이 있는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상가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 평단가는 1억3946만원이다. 한 빌딩 중개 전문 공인중개사는 “성수동 건물들이 몇 년 전만 해도 평단가가 4000만~5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젠 대부분 1억원을 훌쩍 넘고 있다”며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높아지고, 대출 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과거처럼 은행대출을 끼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대 수익률이 1%를 밑돌고 있어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투자에 나선 건물주들이 하나둘씩 건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빌딩도 똘똘한 한 채 심화할 것”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불어난 이자 부담과 대내외 경기 불안 요인들이 업무·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공실률 증가 등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자산가들의 투자수요가 몰렸던 암호화폐, 주식시장이 급랭한 여파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강남을 비롯한 서울 지역 업무·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띤 데는 비트코인과 주식 등으로 목돈을 만지게 된 젊은 자산가들의 역할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그나마 강남 지역은 건물주들이 아직 빌딩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제대로 투자 수익률을 거두지 못해 매도를 고민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업무·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택처럼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