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킹달러, 세계 경제 짓누른다…'힘든 여름' 될 것이란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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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뉴욕 금융시장의 빅 이벤트는 6월 소비자물가(CPI) 발표, 그리고 2분기 어닝시즌 개막입니다. 하지만 주초 시장의 화두를 차지하고 있는 건 '킹달러'입니다.
달러는 13일(미 동부 시간) 1유로당 0.9998달러까지 거래됐습니다. 1대 1 패리티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2002년 12월 이후 기록입니다. 달러의 미친듯한 질주는 두 가지 이유에 기반합니다.
첫 번째는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긴축입니다. Fed는 이달 말 기준금리를 75bp를 올릴 것입니다. 세계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Fed를 좇아 긴축하고 있지만, 속도 차이가 큽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주 2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상 폭은 25bp에 그칠 것입니다. 게다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후 인상 경로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세계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엔화 가치가 폭락한 가운데서도 완화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짙어지는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입니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1일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의 정기 보수에 들어간 가운데, 오는 22일 보수가 종료되고 천연가스 공급이 재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급 재개를 유럽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럽은 가스 배급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날 발표된 독일 ZEW 7월 경기 기대지수는 -53.8을 기록해 전월(-28.0)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2011년 이후 최악의 수치로 예상보다 훨씬 약세를 보였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나쁜 시나리오에서 러시아가 독일로 가는 가스관을 완전히 잠근다면 남는 가스는 가계와 중요 인프라에 먼저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짐 리드 전략가는 "7월 22일이 올해 중 가장 중요한 날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UBS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면 △유럽 증시 20% 폭락 △1유로는 90센트까지 하락 △유럽 기업 이익 15% 하락 △(안전자산 선호로) 독일 국채 금리 다시 0%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UBS는 "이는 대략적 추정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우리는 더 나쁜 성장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적 혼란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화가 5% 추가 하락하리라 전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침체 확산으로 구리가 톤당 45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구릿값은 이날 2.8% 떨어진 톤당 748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최고가(1만845달러)보다 23% 떨어졌는데, 추가로 반 토막이 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달러의 극단적 강세는 경제와 금융시장에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화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6% 넘게 올랐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수준이며, 이런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 시장에서의 높은 스트레스, 그리고 경기 침체와 일치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달러 강세는 세계 경제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세계는 성장 둔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설립자는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으로의 도피를 뜻한다"라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미국 주식이 바닥이라고 믿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G7 국가들이 공동으로 환율 개입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 관계자는 "강달러가 미국 경제에 좋은 점이 있다면 수입 물가를 낮춘다는 점"이라며 "인플레이션에 쫓기는 미국 정부는 당분간 달러 추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일본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일본, 미국 같은 G7 국가는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을 받아들여야 하며 통화 개입은 '드물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현재로서는 달러 강세를 제한할 수 있는 촉매제가 없어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ING는 "Fed의 움직임이 이번 여름 동안 달러 약세를 뒷받침하는 식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라면서 "글로벌 위험회피와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도 단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현재 시장의 위험회피 분위기에서 미 달러화 강세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UBS는 "이러한 강세가 장기적으로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달러의 추가 상승은 미국의 성장 둔화와 Fed가 2023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 인식으로 인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와 강달러로 인해 국제 유가는 폭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8.05%(8.38달러) 떨어진 95.71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4월 11일 이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브렌트유도 7.48% 급락해 배럴당 99.0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종가 기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4월 11일(배럴당 98.48달러) 이후 처음입니다.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도 유가를 짓눌렀습니다. 채권 금리도 급락했습니다. 안전자산 선호 탓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2.904%, 2년물은 2.979%까지 내려왔습니다. 다만 오후 1시 이후 금리는 하락 폭을 상당히 회복했습니다. 이날 실시된 미 국채 10년물 입찰에서 저조한 수요 탓에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보다 2bp나 높은 2.96%에 형성된 탓입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내일 중요한 6월 CPI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형성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4시 12분 2년물은 전날보다 4.9bp 내린 3.041%, 10년물은 3.0bp 내린 2.964%에 거래됐습니다.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은 6거래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10bp 넘게 역전이 되면서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최악의 경기 침체가 발생했었습니다.
금리는 3%를 중심으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는 금리를 떨어뜨리는 힘이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Fed의 긴축 지속 가능성은 금리를 높이는 힘"이라면서 "이번에 침체가 닥친다 해도 물가 때문에 중앙은행은 긴축을 지속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는 "결국 재정 부양책만이 가능하며, 이는 더 많은 채권 공급(더 높은 금리)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냥 상상이 아닙니다. ECB 멤버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앞으로 몇 달, 몇 분기 동안 경제가 둔화하는 기간에 우리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상적이라면 경제를 부양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를 원하겠지만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분명하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선택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CPI 발표와 어닝시즌 개막을 앞두고 온갖 우려가 커지다 보니,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종일 보합선 근처에서 횡보했습니다. 그러다 장 막판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62%, S&P500 지수는 0.92% 하락했고 나스닥은 0.95% 떨어졌습니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상승 촉매가 부족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다.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긴축 상태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KBW의 RJ 그랜트 트레이딩 담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지금 주식에 큰 베팅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도 지금 영웅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전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에 따르면 이번 주 월요일 콜옵션 거래량은 휴일 거래일을 제외하고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은 내일 아침 8시 30분 발표되는 CPI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며, 다가오는 기업 실적 시즌에 대해서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CPI는 9%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오는 13일 발표 예정인 6월 CPI가 높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철 지난 데이터”라고 지적하기 위해섭니다. 또 이날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은 '내일 CPI 발표를 앞두고 중요한 맥락'이라는 트윗에서 "6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철 지난 휘발유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이후 크게 하락했으며 선물 가격은 추가 하락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6월 중순 이후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고 시장 기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떨어졌습니다. 웰스파고는 오늘 아침 보고서에서 "6월 CPI 보고서가 위험자산의 단기 반등을 부를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헤드라인 수치가 예상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거나, 혹은 컨센서스보다 낮게 나온다면 또 다른 단기 주식 랠리를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 심리는 매우 악화되어 있고, 주식 포지셔닝이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랠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예상보다 내일 발표될 CPI가 더 나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는 근원 CPI마저 높게 나온다면, Fed가 계속 긴축을 향해 달릴 것이란 공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시장을 놀라게 한 8.6%란 헤드라인 수치가 나올 때도 백악관은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CPI 발표에서 네 가지를 주시하라고 지적했습니다. ① 컨센서스 8.8%를 초과하는 헤드라인 수치가 나온다면 커다란 뉴스들이 쏟아질 것이다 ②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한 영향은 이게 다음 몇 달간 정점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상쇄될 것이다 ③ 다음에 뭐가 일어날지는 '열린 질문'(open question)이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끈적끈적할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중요하다 ④ 특히 (공급망 혼란 등에 따른) 1차, 2차 인플레이션 동인은 빠르게 줄고 있지만 (주거비 등) 3차 효과는 가열되고 있다 등입니다.
이날 펩시코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1.86달러로 예상치 1.74달러를 넘었고 매출도 202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195억1000달러를 훌쩍 상회했습니다. 또 게토레이, 도리토스 등의 가격을 올리겠다며 2022년 매출이 10%(기존 8%) 증가할 것이라고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이날 오락가락하다가 0.57% 하락 마감했습니다. 매출 전망은 높였지만, 2개 분기 연속 이익 전망치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높은 비용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입니다. 펩시코는 "식물성 기름, 곡물, 포장 가격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제품 크기를 줄이고 좀 더 저렴한 포장, 신중한 고용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달러 강세로 인한 역풍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갭은 2분기 실적 악화 경고와 함께 소냐 싱갈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임된 지 2년 만에 쫓겨난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본격적으로 기업 실적에 대한 추정치를 낮추고 있습니다. 전체 수치는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있지만, 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지난 석 달간 5%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날 금융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BNY멜런, 노던트러스트, 스테이트 스트리트, US뱅크코프 등 금융사 실적 추정치를 줄줄이 낮췄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캔디스 브라우닝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경제 데이터가 악화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는 세계 시장에서 사상 최악의 시기 중 하나였지만, 현재 2분기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 추정치는 2022년 1월 1일보다 더 높은 이익증가율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애널리스트 추정이 응답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은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브라우닝 헤드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기 침체를 살펴보면 기업 이익은 평균 25% 감소했고, 이익 추정치는 시장이 정점에 도달한 후 평균 7개월 후에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 기업 이익 하향 등으로 올여름은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는 "물가는 고점에서 내려와도 당분간 뜨거울 것이며,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은 몇 주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다. S&P500 지수가 새로운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변동성과 신중한 분위기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들어갈 인센티브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7월이 매우 불쾌하고 변동성이 큰 달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크리사펄리는 "디플레이션 세력이 힘을 모으고 있고, 이게 반영되는 경제 데이터는 결국 Fed가 통화정책과 수사학을 좀 더 시장에 호의적 방향으로 바꾸도록 만들 것이지만 그건 8, 9월 이전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달러는 13일(미 동부 시간) 1유로당 0.9998달러까지 거래됐습니다. 1대 1 패리티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2002년 12월 이후 기록입니다. 달러의 미친듯한 질주는 두 가지 이유에 기반합니다.
첫 번째는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긴축입니다. Fed는 이달 말 기준금리를 75bp를 올릴 것입니다. 세계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Fed를 좇아 긴축하고 있지만, 속도 차이가 큽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주 21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상 폭은 25bp에 그칠 것입니다. 게다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후 인상 경로는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세계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엔화 가치가 폭락한 가운데서도 완화 정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짙어지는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입니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1일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의 정기 보수에 들어간 가운데, 오는 22일 보수가 종료되고 천연가스 공급이 재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급 재개를 유럽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렇게 되면 유럽은 가스 배급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날 발표된 독일 ZEW 7월 경기 기대지수는 -53.8을 기록해 전월(-28.0)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2011년 이후 최악의 수치로 예상보다 훨씬 약세를 보였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나쁜 시나리오에서 러시아가 독일로 가는 가스관을 완전히 잠근다면 남는 가스는 가계와 중요 인프라에 먼저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짐 리드 전략가는 "7월 22일이 올해 중 가장 중요한 날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UBS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면 △유럽 증시 20% 폭락 △1유로는 90센트까지 하락 △유럽 기업 이익 15% 하락 △(안전자산 선호로) 독일 국채 금리 다시 0%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UBS는 "이는 대략적 추정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우리는 더 나쁜 성장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적 혼란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유로화가 5% 추가 하락하리라 전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침체 확산으로 구리가 톤당 45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구릿값은 이날 2.8% 떨어진 톤당 748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최고가(1만845달러)보다 23% 떨어졌는데, 추가로 반 토막이 날 것이란 얘기입니다. 달러의 극단적 강세는 경제와 금융시장에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달러화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6% 넘게 올랐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수준이며, 이런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 시장에서의 높은 스트레스, 그리고 경기 침체와 일치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달러 강세는 세계 경제에 공급되는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세계는 성장 둔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설립자는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으로의 도피를 뜻한다"라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미국 주식이 바닥이라고 믿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G7 국가들이 공동으로 환율 개입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 관계자는 "강달러가 미국 경제에 좋은 점이 있다면 수입 물가를 낮춘다는 점"이라며 "인플레이션에 쫓기는 미국 정부는 당분간 달러 추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일본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일본, 미국 같은 G7 국가는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을 받아들여야 하며 통화 개입은 '드물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현재로서는 달러 강세를 제한할 수 있는 촉매제가 없어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ING는 "Fed의 움직임이 이번 여름 동안 달러 약세를 뒷받침하는 식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라면서 "글로벌 위험회피와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도 단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현재 시장의 위험회피 분위기에서 미 달러화 강세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UBS는 "이러한 강세가 장기적으로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달러의 추가 상승은 미국의 성장 둔화와 Fed가 2023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 인식으로 인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와 강달러로 인해 국제 유가는 폭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배럴당 8.05%(8.38달러) 떨어진 95.71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지난 4월 11일 이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브렌트유도 7.48% 급락해 배럴당 99.09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종가 기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4월 11일(배럴당 98.48달러) 이후 처음입니다.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도 유가를 짓눌렀습니다. 채권 금리도 급락했습니다. 안전자산 선호 탓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한때 2.904%, 2년물은 2.979%까지 내려왔습니다. 다만 오후 1시 이후 금리는 하락 폭을 상당히 회복했습니다. 이날 실시된 미 국채 10년물 입찰에서 저조한 수요 탓에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보다 2bp나 높은 2.96%에 형성된 탓입니다. 월가의 한 채권 트레이더는 "내일 중요한 6월 CPI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형성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4시 12분 2년물은 전날보다 4.9bp 내린 3.041%, 10년물은 3.0bp 내린 2.964%에 거래됐습니다.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은 6거래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10bp 넘게 역전이 되면서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역전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최악의 경기 침체가 발생했었습니다.
금리는 3%를 중심으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우려는 금리를 떨어뜨리는 힘이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Fed의 긴축 지속 가능성은 금리를 높이는 힘"이라면서 "이번에 침체가 닥친다 해도 물가 때문에 중앙은행은 긴축을 지속할 수 있다"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는 "결국 재정 부양책만이 가능하며, 이는 더 많은 채권 공급(더 높은 금리)을 의미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냥 상상이 아닙니다. ECB 멤버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앞으로 몇 달, 몇 분기 동안 경제가 둔화하는 기간에 우리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상적이라면 경제를 부양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를 원하겠지만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분명하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선택을 해야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CPI 발표와 어닝시즌 개막을 앞두고 온갖 우려가 커지다 보니,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종일 보합선 근처에서 횡보했습니다. 그러다 장 막판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62%, S&P500 지수는 0.92% 하락했고 나스닥은 0.95% 떨어졌습니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상승 촉매가 부족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다.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긴축 상태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KBW의 RJ 그랜트 트레이딩 담당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지금 주식에 큰 베팅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도 지금 영웅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전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에 따르면 이번 주 월요일 콜옵션 거래량은 휴일 거래일을 제외하고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은 내일 아침 8시 30분 발표되는 CPI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며, 다가오는 기업 실적 시즌에 대해서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CPI는 9%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백악관의 카린 장 피에르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오는 13일 발표 예정인 6월 CPI가 높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철 지난 데이터”라고 지적하기 위해섭니다. 또 이날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은 '내일 CPI 발표를 앞두고 중요한 맥락'이라는 트윗에서 "6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철 지난 휘발유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이후 크게 하락했으며 선물 가격은 추가 하락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6월 중순 이후 에너지 가격은 하락했고 시장 기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떨어졌습니다. 웰스파고는 오늘 아침 보고서에서 "6월 CPI 보고서가 위험자산의 단기 반등을 부를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헤드라인 수치가 예상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거나, 혹은 컨센서스보다 낮게 나온다면 또 다른 단기 주식 랠리를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 심리는 매우 악화되어 있고, 주식 포지셔닝이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랠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예상보다 내일 발표될 CPI가 더 나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는 근원 CPI마저 높게 나온다면, Fed가 계속 긴축을 향해 달릴 것이란 공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시장을 놀라게 한 8.6%란 헤드라인 수치가 나올 때도 백악관은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CPI 발표에서 네 가지를 주시하라고 지적했습니다. ① 컨센서스 8.8%를 초과하는 헤드라인 수치가 나온다면 커다란 뉴스들이 쏟아질 것이다 ②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한 영향은 이게 다음 몇 달간 정점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상쇄될 것이다 ③ 다음에 뭐가 일어날지는 '열린 질문'(open question)이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끈적끈적할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중요하다 ④ 특히 (공급망 혼란 등에 따른) 1차, 2차 인플레이션 동인은 빠르게 줄고 있지만 (주거비 등) 3차 효과는 가열되고 있다 등입니다.
이날 펩시코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1.86달러로 예상치 1.74달러를 넘었고 매출도 202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195억1000달러를 훌쩍 상회했습니다. 또 게토레이, 도리토스 등의 가격을 올리겠다며 2022년 매출이 10%(기존 8%) 증가할 것이라고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이날 오락가락하다가 0.57% 하락 마감했습니다. 매출 전망은 높였지만, 2개 분기 연속 이익 전망치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높은 비용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입니다. 펩시코는 "식물성 기름, 곡물, 포장 가격이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제품 크기를 줄이고 좀 더 저렴한 포장, 신중한 고용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달러 강세로 인한 역풍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갭은 2분기 실적 악화 경고와 함께 소냐 싱갈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임된 지 2년 만에 쫓겨난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본격적으로 기업 실적에 대한 추정치를 낮추고 있습니다. 전체 수치는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있지만, 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지난 석 달간 5%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날 금융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BNY멜런, 노던트러스트, 스테이트 스트리트, US뱅크코프 등 금융사 실적 추정치를 줄줄이 낮췄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캔디스 브라우닝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경제 데이터가 악화되고 있고, 올해 상반기는 세계 시장에서 사상 최악의 시기 중 하나였지만, 현재 2분기 실적에 대한 컨센서스 추정치는 2022년 1월 1일보다 더 높은 이익증가율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애널리스트 추정이 응답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은 새로운 게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브라우닝 헤드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기 침체를 살펴보면 기업 이익은 평균 25% 감소했고, 이익 추정치는 시장이 정점에 도달한 후 평균 7개월 후에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 기업 이익 하향 등으로 올여름은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는 "물가는 고점에서 내려와도 당분간 뜨거울 것이며,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은 몇 주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매우 혼란스러울 것 같다. S&P500 지수가 새로운 저점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변동성과 신중한 분위기를 보게 될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들어갈 인센티브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7월이 매우 불쾌하고 변동성이 큰 달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크리사펄리는 "디플레이션 세력이 힘을 모으고 있고, 이게 반영되는 경제 데이터는 결국 Fed가 통화정책과 수사학을 좀 더 시장에 호의적 방향으로 바꾸도록 만들 것이지만 그건 8, 9월 이전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