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단숨에 2.25%로 뛰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13일 금통위를 열고 7월 기준금리를 현행 2.25%로 인상했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한은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2.25%로 복귀한 것은 2014년 10월(2.25%) 이후 7년 8개월 만이다.

금리 인상을 결정한 배경으로는 가파른 물가 상승률이 꼽힌다.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추가로 전기 및 가스요금이 인상돼, 다음 달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앞으로의 1년 물가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3.9%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월(3.3%)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으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가 뛴 것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3.9%로 급등한 가운데 6월 물가상승률도 6%를 기록했다"며 "미국도 자이언트 스텝(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이 예상되는바,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빅스텝에 나설 재료는 모두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은 자이언트 스텝에 힘을 싣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건강하며 즉각적인 경기 침체 신호가 없다"면서 "더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최근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면서, 이번 달 0.75%포인트 인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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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치솟은 환율도 빅스텝 결정에 주효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16.4원을 돌파하면서, 2009년 4월 30일(1325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팬데믹으로 경제가 봉쇄됐던 2020년 3월보다 약세를 보이면서 1300원을 상회했다"며 "최근 무역 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휴가 시즌 및 국경 개방으로 해외 여행객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린다면 미국이 빅스텝만 밟더라도 금리가 역전된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소비자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시장은 이창용 총재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 이전에 확인하게 될 7월 소비자물가지수도 여전히 오름세를 기록할 것으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악화하는 양상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한은의 매파 기조가 빠르게 약화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기대 인플레를 완화하기 위한 한은의 긴축속도가 약화하는 조건엔 물가 피크아웃(정점)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은 '동결이냐 0.25%포인트 인상이냐'보다는 '0.25%포인트 인상이냐 희박하지만, 또 0.50%포인트 인상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0.25%포인트 인상을 메인 시나리오로 제시하며, 동결보다는 연속 빅스텝의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는 대부분 요인이 유례없이 높은 수준으로, 단기간 내 안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면 경기가 긴축을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어, 조금이라도 괜찮을 때 최대한 긴축 강도를 조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