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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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물가 급등, 금리 인상 등으로 하반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매물은 늘어나는데 고물가와 금리 인상 등에 대한 부담으로 관망 심리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다음달부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만 2년을 맞아 5%로 인상률을 제한받던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물건이 시장에 풀려 전세시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부동산을 둘러싼 변수가 많은 만큼 실수요자라면 자금 상황을 고려해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하게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청약과 경매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속적인 집값 상승 불가능 … 수요 제한적일 듯”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말 주최한 ‘2022 하반기 건설 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주택 매매가격이 수도권과 전국 모두 하락하고, 주택 거래 시장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끌시대 지나갔다…청약·경매·급매물 주목해야"
건설산업연구원은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0.5%, 전국으로는 0.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상반기 수도권 주택 매매 시장은 보합(0.0%)이었다. 특히 대구 부동산시장을 가장 어둡게 봤다. 준공 5년이 넘지 않은 새 아파트 공급 비율이 10.8%로 5대 광역시 평균(6.7%)보다 높기 때문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주택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에 다다랐다”며 “주택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계 근로소득(인상 여부), 신규 (부동산 투자) 수요 유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요자의 소극적인 시장 참여로 영향력이 크지 않아 하반기 주택 거래 시장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실수요자의 체감도 전문가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30일 부동산R114가 전국 2275명을 상대로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설문조사(6월 실시)한 결과 하락 전망 비중이 38%로, 상승 전망(24%)보다 높았다. 이는 2019년 상반기(1∼6월) 조사 이후 3년 만에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을 앞지른 결과다. 직방이 앱 사용자 1727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거주지역의 주택 매매가격을 어떻게 예상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61.9%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가 63.9%로 가장 많았다.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인식으로 인한 수요 감소(15.0%) △물가 상승 부담과 경기 둔화(12.1%)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에 따른 매물 증가(4.7%) 등이 뒤를 이었다.

‘전세의 월세화’ 임대시장 불안 가속

건설산업연구원은 임대시장에 대해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세가 귀해질 것으로 봤다. 상반기 0.1%에 그친 전셋값 상승률은 하반기 2.5%로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 위원은 “상반기 전셋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이유는 임차인들이 월세와 반전세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하반기에는 주요 지역 공급이 줄어들어 전세시장에 상방 압력(인상)이 있다”고 분석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8월 이후 임대차시장에서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상승 요인도 있다고 봤다.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면 이참에 매매로 갈아타겠다는 수요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공사비와 택지비 인상에 따른 서울의 공급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부분적이나마 토지거래 허가·조정대상지역 같은 규제의 추가적인 해제, 대출 규제 완화 등의 변수도 있어 부동산시장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수요자는 청약·경매 노려볼 만

"영끌시대 지나갔다…청약·경매·급매물 주목해야"
실수요자가 아파트 매매를 고려한다면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자금 조달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생활권 내 급매물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새 아파트 청약과 경매도 내 집 마련의 대안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선 아파트가 안전 자산”이라며 “가격 하방 지지가 가능한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데 환금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세 대비 10~20% 내린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용 급매물이나 경매시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경매시장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청약이 하반기 이후 가장 유망한 부동산 투자 상품”이라고 꼽았다.

하반기에는 정부의 청약 제도 개편도 예정돼 있다.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을 위해 ‘가점제’보다 ‘추첨제’ 비중을 높이는 내용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은 100% 가점제였는데 추첨제 비중을 확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자금 여력이 좋지 않은 수요자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경기와 인천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청약제도 전문가인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서울 웬만한 단지는 84㎡ 기준 분양가가 10억원이 넘지만 인천 검단신도시, 경기 오산세교와 파주운정 등은 같은 면적 분양가가 서울의 절반 수준인 5억원대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10% 계약금 5000만원 정도면 내 집 마련의 첫발을 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