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욕망+복수극 '블랙의 신부', 넷플릭스 접수할까 [종합]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
김희선 "24번째 재발견…복수 재밌어"
감독 "이 배우들 만난 것이 최고의 선물"

한국에만 있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를 소재로 한 신선한 시리즈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 김희선 주연의 '블랙의 신부' 이야기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나쁜 녀석들', '평일 오후 세 시의 연인'의 김정민 감독이 연출을 맡고 '나도 엄마야', '어머님은 내 며느리'의 이근영 작가가 집필했다.

1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누군가에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라면, 누군가에겐 신분 상승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스토리 중심축인 상류층 결혼정보회사 렉스를 찾는 사람들은 후자다. 누구나 가진 인간의 욕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를 국내외 시청자에게 흥미롭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김희선은 "오늘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가 사랑과 욕망이 아닐까 한다. 결혼정보회사가 많은 나라에 있지 않더라.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문화더라. 사람을 등급으로 구분한다는 게 그런데, 어찌 보면 모든 사람의 욕망은 다 똑같지 않겠느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소재가 특히 재밌다. '렉스' 세계 체인이 생기지 않을까. 넷플릭스 시리즈 중 이런 장르는 처음 본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현욱은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매우 신선했고, 김희선 선배와 배우들, 넷플릭스와 함께한다는 것에서 고민을 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진은 "대본을 봤는데 '엔딩 맛집'이더라. 보다 보니 너무 매력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새로운 '악녀' 역을 맡게 됐다. 욕망이란 소재가 신선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박훈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이런 작품을 시도한다니,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결혼정보업체 소재로 한다는 게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김희선 선배의 팬이어서, 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대략 92% 정도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차지연 또한 "첫 이유가 김희선 선배"라며 웃었다. 이어 "진심이다. 저희뿐만 아니라 스태프도 잘 챙겨주신다"고 거들었다.

'품위있는 그녀', '앨리스', '내일' 등 화려한 전성기를 다시 맞이한 김희선이 강남 중산층 주부로 살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서혜승으로 돌아왔다. 서혜승은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과 딸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망가뜨린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렉스가 만들어둔 결혼 비즈니스에 동참하게 된다.

김희선은 "제 성격과는 완전 반대다. 한 24번째 재발견될 거다. 통쾌하고 사이다 같은 복수하고 싶은데 서혜승의 차근차근 보여주는 복수가 굉장히 재밌다"고 귀띔했다.

이어 "처음엔 '재발견'이라는 기사를 봤을 땐 이렇게 존재감이 없었나 싶었는데, 이제 20년 넘게 재발견 되면서 안 쓰면 서운하다. 전에 했던 작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제 욕심을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선은 김 감독에게 "서혜승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김 감독은 "촬영 얼마 안 남았을 후반이었는데 센치해지는 시간이었다. 보통 차 안에서 잠이 드는데, 서혜승의 문자를 받고 창밖을 바라보며 고마움을 느꼈다. 현장서 배우들의 중심이기도 하지만 스태프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배우다. 저도 되게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 드라마로 첫 OTT 작품을 하게 된 김희선은 "작업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열흘 간 파티신을 촬영했는데 하루를 못 하게 됐었다. 그런데도 넷플릭스와 감독의 배려로 배우들이 하루 맞춰볼 시간이 있었고, 나머지 시간 동안 편히 촬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드라마 '마인'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이현욱은 모두가 탐내는 렉스의 최상위 블랙 이형주로 가세했다. 형주는 초혼의 실패를 딛고 자신에게 득이 되는 재혼 상대를 찾고자 한다.

이현욱은 "이면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결핍이 있어서 한 번의 이혼을 겪었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자신과 차이에 대해 "아예 다르다. 저는 그만큼 돈이 없다. 자산 2조는 '종이의 집'에 나오는 수준 아니냐"고 답했다.

김 감독은 "부드러운 미소, 센스있는 연기, 멋진 가슴 근육, 기대하셔도 좋다"고 말했다.

정유진은 혜승과 지독한 악연으로 얽힌 변호사 진유희로 분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그는 전 세계 팬들에게 욕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는 "대본을 보면서 갈수록 깜짝 놀랐다. 감독에게 이렇게까지요?라고 묻기도 했다. 8가지 정도 나쁜 일을 한다.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박훈은 아버지의 재산을 두고 렉스의 최유선 대표와 상속 전쟁을 펼치는 차석진으로 분한다.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렉스에 가입한 석진은 그곳에서 첫사랑 혜승과 마주하고 억눌러왔던 욕망을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박훈은 "지금까지 칼, 돌, 총, 적어도 방망이는 들고 연기를 했는데 이번에 손에 든 게 아무것도 없었다. 석진은 '라떼'같은 캐릭터인데 내가 해도 되나 싶어 감독에게 묻기도 했다. 감독은 '커피 맛이 원래 이런 것을 보여달라'고 말해서 열심히 연기했고,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면을 보여드릴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와 권력을 탐하는 이들의 끝없는 본능을 자극해 렉스라는 왕국을 일군 최유선 대표 역에는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무대에서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차지연이 분했다.

차지연은 "대본 보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 렉스였다. 너무 획기적이더라. 전 세계 많은 분이 보시는데, 한국만이 가진 신비로움이 있고, 이거는 꼭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민 감독은 "배우들을 만난 것이 '블랙의 신부'의 최고의 선물"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희선은 "한국 시리즈의 새로운 장르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블랙의 신부'는 최상위층으로 가기 위한 얼룩진 욕망의 이면을 통해 사랑보다 조건이 우선인 상품화된 결혼과 속물적인 현실 사회를 날카롭게 그려낼 예정이다. 오는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