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하위 변이종 BA.5의 급속 확산에 대응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제 ‘국민참여형 방역’안을 발표했다. 백신 4차 접종 대상 및 치료제 투여를 확대하고, 출입국 방역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관심을 모았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은 보류됐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적잖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재유행을 통제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위험군에 대한 방역·의료체계 보강에 집중하고 국민에게 ‘자발적 거리두기’를 주문하는 방식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어느새 하루 감염자가 4만 명대로 올라선 상황에서 일리 있는 비판이다.

다만 엄중한 경제 상황과 낮은 국민 수용성을 고려해 전면적 거리두기 시행을 보류했다는 한 총리의 설명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백신·치료제 비축 상황, 치명률 등도 이전 유행 때보다 양호하다. 그렇지만 BA.5가 ‘역대 바이러스 중 전파력이 가장 빠르다’는 평을 받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중대 변화가 관찰될 때는 거리두기 도입도 대안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상당수 국민은 지난 2년여 방역에서 적잖은 트라우마를 얻었다. 마스크·백신 대란에서 시작해 치료제·병상 대란까지 큰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병실을 구하지 못해 집이나 앰뷸런스에서 사망하는 환자, 장례·화장시설을 못잡아 발을 동동구른 유족도 속출했다.

한 달 뒤엔 환자가 하루 20만~30만 명까지 치솟을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과거처럼 뒷북방역 정치방역에 집착한다면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5차 유행 당시 정부는 치료제도 병상도 부족한데 선거 등을 의식해 덜컥 방역부터 풀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새 정부의 방역도 위기대응 속도나 대국민 메시지 관리 측면에서 벌써부터 걱정이 만만찮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공석이다. 희망고문을 앞세운 정치방역이 아니라 과학방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