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장관이 기조발제자로 나오는 한 조찬 세미나의 실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일이다. 세미나가 열리기 며칠 전, 해당 부처 공무원으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혹시 세미나를 유튜브로 생중계하지는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 부처의 간부들이 세미나 때 장관이 무엇을 강조하고, 어떤 질의에 어떻게 답변하는지 보고 싶어 한다는 얘기였다.

유튜브 생중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충분히 나올 법한 물음이었다. 그러나 해당 세미나의 성격상 생중계는 물론, 진행 과정을 녹화하지도 않는다고 알려줬다. 전화를 끊고 나선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했다. 정책 설명에 대한 세미나 참여자들의 관심과 반응이 얼마나 궁금했으면 그런 요청을 했을까 싶었다. 긍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신임 장관이 내비치지 않았던 새로운 구상이나 생각의 단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데 더 관심이 기울었을 수 있다.

어떤 부처의 정책을 간략히 설명하는 자리에 그 정책을 직접 생산했고, 꿰고 있을 간부들이 정도 이상의 관심을 보인 것은 왜일까. 부처 장(長)의 일거수일투족, 짧지만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그 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런 것 아닐까 싶다. 구체적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낳을지 궁금하다면 그 정책이 집행되는 현장을 찾고, 의견을 듣고, 미비점을 찾는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간부 공무원들의 온갖 신경은 그 부처의 장에게 주파수가 맞춰져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국적 조직 문화가 원래 그렇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공공 뿐 아니라 민간도 마찬가지 아닌가.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지만, 리더로부터 먼저 답을 찾으려는 게 현실이다. 물론, 리더의 구상을 100% 이상 실현해내기 위한 간부들의 고민과 노력을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위만 쳐다보는 조직 문화, 위의 결정을 잘 수행하는 데만 전념인 조직을 만들 위험 또한 크다. 이런 생각은 윤석열 정부에서 확 달라졌다는 부처 업무보고를 보면서 더욱 또렷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장·차관을 비롯해 국장급 이상 간부들까지 십수 명이 참석했던 과거 대통령 업무보고에 비해 지금은 거의 독대 수준의 보고다. 청와대 부대변인까지 넣어도 5명을 넘지 않는다. 원탁에 모여 간단한 업무미팅 하는 듯한 모습이다. 십여 쪽으로 간소화된 보고, 깊이 있는 토론, 대통령과 장관 간의 진솔한 대화 등 긍정적 측면이 많다. 실용을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어떤 토론과 지시가 이뤄졌는지 파악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장관이 주요 결과를 간부들과 공유하겠지만, 과거 배석하며 현장에서 대통령 육성을 들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뭔가 더 답답하고, 감을 잡기 막막할 수 있다. 장관이 공유하지 않은 내밀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장관도 압박면접 받는 느낌이었다지만, 간부들도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면 해당 부처 정책과 관련한 대통령의 의중이 뭔지에 더 신경쓰게 되고, 자연히 정책이 집행되는 현장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공무원의 일하는 스타일이나 속성상 그럴 게 뻔히 내다보인다. 장관의 세미나 참석까지 시청하고 분석하려는 치밀한 간부들이 유독 많은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 아닌가. 오로지 위만 바라보는 공무원 조직 문화의 폐해가 더 커질지 모를 일이다.

독대 업무보고의 여러 장점이 많겠지만, 어떨 땐 직접적 소통을 강조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 부분에선 배석자 다 빼고 진행을 하니 헷갈리기도 한다. 변화 추구는 항상 바람직함에도 이런 생각지 않은 부작용도 낳을 수 있는 점은 꼭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