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유감' 지난 13일에 열린 T1과 한화생명 e스포츠 간의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경기에 대해 LCK 분석관인 빛돌(하광석)이 남긴 평가다. 해당 경기를 시청한 많은 LCK 팬들이 공감할 것이다.
경기 내용마저 삼켜버린 버그, 퍼즈 이슈
13일 경기는 내용만 보면 최하위권인 한화생명이 1세트는 패했지만 2세트를 따내며 마지막 세트까지 몰고 갔다. 한화생명이 저력을 보여준 흥미진진한 경기로 남을 뻔했다. 하지만 2세트와 3세트에 발생한 게임 내부 버그와 미흡한 대처가 논란이 되면서 경기 내용마저 삼켜버렸다.2세트에선 T1 구마유시(이민형)에게 룬 버그가 발생했다. 구마유시가 경기 시작 전에 선택한 룬과 다른 룬이 적용된 것이다. 룬이란 리그오브레전드(롤)에서 챔피언의 능력치를 강화하는 요소다. 구마유시는 해당 상황을 심판에 이야기했고 경기는 일시 중단(퍼즈)됐다. 이후 룬 버그는 맞지만 치명적인 사유가 아니라는 결정이 내려졌고 경기는 속행됐다.
LCK를 주관하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이하 라이엇코리아)는 지난 14일 속행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상호 간의 교전이 발생한 ‘기록 게임’ 상황이었다는 점과 경기 시간을 특정 시점으로 되돌리는 크로노브레이크를 실행해도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3세트에서는 스펠이 말썽이었다. 스펠은 챔피언들에게 부여할 수 있는 부가적인 스킬이다. T1 오너(문현준)의 강타 쿨타임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빨리 돌아왔다. 원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75초였으나 15초가 적용됐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온플릭(김장겸)이 인게임 대화로 의문을 표했고 한화생명 코치진이 심판에게 제보했다. 이후 심판진은 이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고 해당 시점에 T1 오너 역시 인게임 대화를 통해 버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라이엇코리아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심판진은 선제적 퍼즈가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돼 퍼즈 없이 영상을 검토했다. 그 결과 버그가 확인돼 경기 시간을 버그가 발생한 시점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우선멈춤, 실시간 상황 공유 등 개선책 마련해야
어느 스포츠든 심판의 판정 역시 경기의 일부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소극적 조치와 소통 측면에서 아쉬움이 컸다.먼저 3세트의 경우 선제적 퍼즈 조치가 필요했다. 심판진의 검토가 이어지는 동안에 이미 경기 내에서 특히 바텀 지역에서 상호 간의 교전과 킬이 발생했다. 크로노브레이크가 진행됐을 때 발생하는 경기에 미칠 영향이 더 커진 것이다. 축구로 예를 들면 심판이 판정을 내리는 사이 또 다른 골이 터진 셈이다. 그런데 첫 골이 무효가 되면서 뒤에 발생한 골들도 전부 무효가 됐다. 선수들과 팬들 입장에서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소통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퍼즈 이후 논의의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다 보니 불필요한 추측들이 난무했다. 3세트 상황에선 크로노브레이크가 진행된 후 T1 선수들에게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다시 퍼즈가 걸리기도 했다.
T1 케리아(류민석)는 이날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갑자기 퍼즈가 걸려서 당황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심판이 아무 말도 없이 시간을 돌리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저희가 이유를 물어봤는데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경기를) 시작하려고 했다”라며 당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LCK 관계자는 "크로노브레이크가 실행되는 과정에서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해 당황하셨을 T1 선수단 및 관계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를 인정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회 운영 가이드라인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엇코리아가 14일에 내놓은 판단의 이유와 진행 상황이 13일 퍼즈가 걸린 동안에 혹은 적어도 결정이 내려진 후라도 공유됐다면 혼란은 덜 했을 것이다. 퍼즈 상황 속에서 관중들의 치어풀을 보며 대화를 이어가는 해설진의 노력도 분명 하나의 재미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이 진정 원하는 건 현재 상황이 어떤지, 왜 늦어지는지, 어째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아닐까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