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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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상증자로 인한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무상증자 소식에 매수했다가 이후 주가가 급락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회사 임원이나 벤처캐피탈(VC) 등은 무상증자로 주가가 오를 때 지분을 잇따라 매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이후 18곳 무증…하루에만 3곳씩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상장사 18곳이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무상증자를 한 상장사가 11곳이었다. 이달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8곳이 무상증자에 나섰고, 지난 13일 하루에만 3곳의 상장사가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무상증자란 회사에 쌓인 유보금(자본잉여금)으로 주식을 찍어서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회사에 새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자본잉여금을 자본(주식)으로 옮기는 회계상의 변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주가가 싸 보이는 효과가 있어 무상증자 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래 가치가 달라진 것은 아니기에 주가는 다시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노터스의 경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 달 반만에 주가가 10배 넘게 뛰었지만, 이후 다시 급락하며 현재 주가는 무상증자 기준가(7730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추종매매를 했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임원 등 내부자들은 무상증자로 인한 주가 급등을 기회 삼아 잇따라 주식을 처분하며 차익을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무상증자를 발표한 케이옥션의 경우 4명의 임원이 보유주식을 일부 처분했다. 지난 4월 무상증자를 했던 와이엠텍 역시 상무이사가 권리락일에 주식을 일부 매각했다.

○"이때가 기회" VC 엑시트 줄지어


최근엔 VC들의 엑시트(투자한 회사의 지분 매도)가 부쩍 늘었다.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무상증자를 발표한 기업(지분공시 의무가 매수·매도 5일 내 이뤄져야 함을 감안) 13곳 중 4곳에서 VC 매도 물량이 나왔다. 아주IB투자는 모아데이타가 무상증자를 발표한 5일 잔여지분 전량(27만6555주)을 매도했다. SBI인베스트먼트 역시 실리콘투가 무상증자를 발표한 당일 20만주를 팔았다.

모아데이타는 올해 초, 실리콘투는 지난해 9월 말 상장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했는데, 무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자 VC들이 서둘러 지분을 매각한 모양새다.

시장에선 무상증자가 VC들의 엑시트에 활용되고 있다며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 VC 입장에선 기존 투자물량을 빨리 털어내야 다른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마땅한 호재가 없는 근래엔 무상증자를 제외하면 매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한 비상장기업 애널리스트는 "VC 입장에선 무상증자 모멘텀을 놓치면 엑시트를 하기 어려운 시기"라며 "(VC들이) 회사에 무상증자를 해달라 요구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로 인한 급등락에 피해를 보는 건 개인투자자라며 투자에 당부했다.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무상증자로 주가가 급등한다 해서 추종 매매를 했다가 주가가 급락하면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다"며 "급락장이라고 무상증자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실적은 좋은데 주가가 많이 빠진 기업들을 사모을 때"라고 조언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