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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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의 장편소설 <카지노 베이비> 출간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 눈으로
카지노가 들어선 폐광촌 풍경 직시
소설가이자 출판사 편집자
매일 출근 전 1시간씩 소설 쓰고
출퇴근길에 퇴고
강성봉의 장편소설 <카지노 베이비> 출간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 눈으로
카지노가 들어선 폐광촌 풍경 직시
소설가이자 출판사 편집자
매일 출근 전 1시간씩 소설 쓰고
출퇴근길에 퇴고
코로나19 팬데믹, 전 세계가 전염병 확산을 근심하느라 몸을 낮췄다. 축제는 멈추고 거리는 텅 비었다. 그 와중에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투자 열기만은 꺼질 줄을 몰랐다. 소설가는 사북지역을 떠올렸다. 그가 태어나 어린 시절 잠시 머문 그 곳. 탄광촌이었다가 폐광촌이었다가 카지노가 들어선 곳. "침체됐지만 도박에 대한 활기만은 억지스럽게 활활 타오르는" 그 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소설가의 고민과 의문은 한 권의 소설이 됐다.
14일 소설가 강성봉은 장편소설 <카지노 베이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소설 속 카지노에 버려진 아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약 2년간 스스로가 자본주의 한 가운데로 던져진 아이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카지노 베이비>는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탄광촌에서 카지노 마을이 된 가상의 도시 '지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으로 전달하는 소설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누가 나한테 자본주의, 투자에 대해 좀 제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어요. 주위에서는 모두가 '너 이대로 살면 안 돼' '뭔가에 투자해야 해' 말하는 것만 같았어요. 늘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왔는데도 갑자기 '자본주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을 이름 '지음'은 사북지역의 옛 이름 '사음'에서 따왔다. 그는 "초고 제목은 '아이들의 땅'이었다"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음'이 '땅의 소리'라는 뜻도 될 수 있겠더라"고 했다.
동양 최대의 광업소 지역, 폐광촌, 카지노 마을을 거치는 지음의 운명처럼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소설은 섣불리 비관하거나 낙관하지 않는다. 강 작가는 "지음이라는 도시는 부침을 많이 겪지만, 그 속에서도 인물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려 노력한다"며 "희망하거나 위로하기보다 그 생명력에 주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편집자인 강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다. 대학생때는 문학 동아리 '고대문학회' 활동도 했다. 편집자가 된 뒤에는 매일 1시간씩 일찍 일어나 소설이나 시를 쓰고서 출근했다. 가입자가 혼자뿐인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두고 글을 쌓았다. 경기도 외곽인 집에서 서울 회사까지 오가는 왕복 2시간 40분의 출퇴근길에 휴대폰으로 글을 다시 읽으며 퇴고했다.
혼자 읽고 혼자 쓰던 그를 바꾼 건 로버트 맥키의 책이었다. 2018년 즈음 로버트 맥키의 작법서를 편집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소설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맥키의 조언대로 초기 구상에 공을 들여 목차를 짜는 데만 1년가량 걸렸다. 소설 쓰는 마음가짐을 담은 파일명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1'는 수정을 반복한 끝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34'로 마무리됐다.
그의 첫 번째 독자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아내다. 그는 "아내는 제게 가장 훌륭한 조언자"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화자가 어른과 아이 두 명이었어요. 초고를 아내한테 보여줬는데, 아이 나오는 부분은 재밌는데 어른 화자 부분은 '노잼(재미가 없다)'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른 화자에게 제가 정을 제대로 못 줬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화자를 아이로 바꾸고 나니 동선이나 생각에 한계가 생겼어요. 그 안에서 이야기가 소화되도록 하고 나머지는 버렸어요."
<카지노 베이비>는 이대로 끝이 아니다. 강 작가는 "지음이라는 공간을 계속 조망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음을 배경으로 <카지노 베이비> 속 인물들이 각각 등장하는 연작소설도 구상 중이다.
"실제로 사북지역에 마지막 광부들의 자녀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거든요. 사북지역에 젊은이들이 가게를 내고 지역을 정화하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흐름도 흥미로워요. 단순히 (사북지역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탐색에 중점을 두고 소설을 썼어요. <카지노 베이비> 결말에도 다음 소설을 위한 장치를 심어뒀죠. (웃음)"
역대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주류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의 역대 수상작으로는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장강명의 <표백>,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서수진의 <코리안 티처> 등이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14일 소설가 강성봉은 장편소설 <카지노 베이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소설 속 카지노에 버려진 아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약 2년간 스스로가 자본주의 한 가운데로 던져진 아이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카지노 베이비>는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탄광촌에서 카지노 마을이 된 가상의 도시 '지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으로 전달하는 소설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누가 나한테 자본주의, 투자에 대해 좀 제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어요. 주위에서는 모두가 '너 이대로 살면 안 돼' '뭔가에 투자해야 해' 말하는 것만 같았어요. 늘 자본주의 세상을 살아왔는데도 갑자기 '자본주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을 이름 '지음'은 사북지역의 옛 이름 '사음'에서 따왔다. 그는 "초고 제목은 '아이들의 땅'이었다"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음'이 '땅의 소리'라는 뜻도 될 수 있겠더라"고 했다.
동양 최대의 광업소 지역, 폐광촌, 카지노 마을을 거치는 지음의 운명처럼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소설은 섣불리 비관하거나 낙관하지 않는다. 강 작가는 "지음이라는 도시는 부침을 많이 겪지만, 그 속에서도 인물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려 노력한다"며 "희망하거나 위로하기보다 그 생명력에 주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편집자인 강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다. 대학생때는 문학 동아리 '고대문학회' 활동도 했다. 편집자가 된 뒤에는 매일 1시간씩 일찍 일어나 소설이나 시를 쓰고서 출근했다. 가입자가 혼자뿐인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두고 글을 쌓았다. 경기도 외곽인 집에서 서울 회사까지 오가는 왕복 2시간 40분의 출퇴근길에 휴대폰으로 글을 다시 읽으며 퇴고했다.
혼자 읽고 혼자 쓰던 그를 바꾼 건 로버트 맥키의 책이었다. 2018년 즈음 로버트 맥키의 작법서를 편집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소설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맥키의 조언대로 초기 구상에 공을 들여 목차를 짜는 데만 1년가량 걸렸다. 소설 쓰는 마음가짐을 담은 파일명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1'는 수정을 반복한 끝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34'로 마무리됐다.
그의 첫 번째 독자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인 아내다. 그는 "아내는 제게 가장 훌륭한 조언자"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화자가 어른과 아이 두 명이었어요. 초고를 아내한테 보여줬는데, 아이 나오는 부분은 재밌는데 어른 화자 부분은 '노잼(재미가 없다)'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른 화자에게 제가 정을 제대로 못 줬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화자를 아이로 바꾸고 나니 동선이나 생각에 한계가 생겼어요. 그 안에서 이야기가 소화되도록 하고 나머지는 버렸어요."
<카지노 베이비>는 이대로 끝이 아니다. 강 작가는 "지음이라는 공간을 계속 조망해보고 싶다"고 했다. 지음을 배경으로 <카지노 베이비> 속 인물들이 각각 등장하는 연작소설도 구상 중이다.
"실제로 사북지역에 마지막 광부들의 자녀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거든요. 사북지역에 젊은이들이 가게를 내고 지역을 정화하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흐름도 흥미로워요. 단순히 (사북지역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탐색에 중점을 두고 소설을 썼어요. <카지노 베이비> 결말에도 다음 소설을 위한 장치를 심어뒀죠. (웃음)"
역대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주류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의 역대 수상작으로는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장강명의 <표백>,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서수진의 <코리안 티처> 등이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