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절반 수준의 국내 최대 OTT 탄생
올 초 지분투자와 사업협력 선언 이래 분위기 무르익어
티빙-시즌 합병에 OTT업계 촉각…"콘텐츠 제작 시너지 주목"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 '시즌'이 통합해 국내 최대 OTT를 만들기로 한 것은 콘텐츠 제작 역량과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티빙과 KT스튜디오지니(시즌 운영사)는 14일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티빙과 시즌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티빙이 ㈜케이티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예정 합병 기일은 12월 1일이다.

티빙은 CJ ENM에서 2020년 10월 분사했으며, CJ ENM이 ㈜티빙의 지분 약 57%를 갖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가 지난해 3월 콘텐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출범한 회사로, ㈜케이티시즌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설은 올초부터 불거졌다.

올해 3월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천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출자했고, 양사가 투자와 콘텐츠 교류를 넘어 기획·제작을 포함한 콘텐츠분야 공동 사업을 위해 '사업협력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합병설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기준으로 집계한 두 서비스의 이용자를 단순 합산하면 500만명을 훌쩍 넘어 국내 1위 OTT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6월 티빙 월간 모바일 활성 이용자(MAU)는 약 402만명이었고, 시즌은 157만명이었다.

기존 국내 OTT 1위 사업자인 웨이브 이용자는 지난달 기준 약 424만명이었고, 3위 사업자이던 쿠팡플레이는 373만명이었다.

해외 OTT까지 통틀어 집계하면 넷플릭스가 1천118만명으로 압도적 1위다.

다만 티빙과 시즌에 동시에 가입한 이용자가 꽤 많은데다가, 각 OTT가 PC 등 사용자를 포함한 유료가입자 수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만큼 실제 규모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OTT 사업자가 덩치를 키웠다는 '규모의 경제'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역량에서 발휘할 시너지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은 단순히 많은 콘텐츠량을 가진 OTT보다 '보고 싶은' 콘텐츠가 많은 OTT를 선택한다"면서 "회원 수를 합쳐서 늘렸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두 회사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합쳐져 낼 시너지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과 시즌의 결합으로 다른 OTT들이 '긴장'은 하겠지만, 회원을 뺏길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가령 넷플릭스가 2007년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뒤, 훌루와 아마존 프라임 등의 경쟁사가 많이 나왔지만, 경쟁을 통해 승자는 남고 패자는 사라진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성장해 왔고, 오히려 파라마운트+와 애플 TV, 디즈니+ 등 OTT 산업의 다각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병은 국내 OTT 시장에 아직 성장의 여지가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디지털콘텐츠 이용자들은 평균 2.7개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구독하는데, 결국 넷플릭스 외 다른 한두 가지를 어떤 것으로 구독하냐가 중요하다"면서 "이번 합병은 타 OTT들이 각자의 콘텐츠 전략을 더욱 차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