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장하나도 주저앉힌 홀…벙커 빠지면 프로도 '더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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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홀'
(4) 인천 스카이72 오션코스 17번홀
"프로도 파 세이브가 목표인 홀"
LPGA 11년 개최한 '명품 코스'
더 어렵게, 더 고급스럽게…
(4) 인천 스카이72 오션코스 17번홀
"프로도 파 세이브가 목표인 홀"
LPGA 11년 개최한 '명품 코스'
더 어렵게, 더 고급스럽게…
“큰일났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 오션코스 17번홀(파3) 티잉 에이리어에 오르자 한숨부터 나왔다. 눈앞을 가득 메운 거대한 벙커와 그 끝에 섬처럼 떠 있는 그린. 벙커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 여기에 사막에 온 듯한 시각적 충격이 더해지면서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물이 아닌 벙커에 둘러싸인 아일랜드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웨이스트 벙커홀(황무지처럼 코스 자체가 모래로 구성된 홀)’이다. 길지는 않다. 레드티에선 100m, 화이트티에선 125m 정도다. “오늘 운이 좋네요. 핀이 그린 한가운데에 꽂혀 있잖아요. 티샷하기 제일 편한 위치입니다.” 캐디의 설명에 용기가 났다. ‘해볼만 하겠는데?’
17번홀은 대회 때마다 승부처로 꼽힌 곳이다. 2020년 11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마지막 날 선두 안나린(26)을 1타 차까지 따라붙었던 장하나(30)의 추격에 제동이 걸린 곳이 바로 이 홀이었다. 안나린이 보기를 범하면서 장하나에게 기회가 온 듯했지만, 오히려 더블보기로 주저앉았다. 2018년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선 당시 세계랭킹 1위 박성현(29)이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서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결국 박성현은 이날 하타오카 나사(일본)에게 선두를 내줬다.
정병혁 스카이72코스 실장은 “투어프로도 파 세이브를 목표로 하는 홀”이라며 “반드시 온그린해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전장은 짧지만 버디는커녕 파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바람 탓이다. 17번홀에서 부는 바람은 다른 홀과는 다르다고 정 실장은 설명한다. 다른 홀에선 그저 바람의 강도만 감안해 한두 클럽 길거나 짧게 잡으면 되지만, 17번홀에선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어서다. 예컨대 티샷을 치는 곳에선 뒷바람인데, 그린에선 맞바람이 부는 식이다. 이 홀에서 온그린하려면 바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캐디는 “공이 그린 뒤로 넘어가면 망한다. 한 클럽 짧게 치는 게 낫다”며 8번 아이언을 권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벙커를 넘길 자신이 없었다. 평소 100m 정도 보내는 7번 아이언을 잡았다. 찰싹! 손맛은 좋았다. 공은 그린에 잘 떨어졌지만, 캐디 말 그대로 뒤로 흘러내려갔다. 완만한 그린 앞 벙커와 달리 그린 뒤 벙커는 ‘낭떠러지’였다. 높이가 2m 넘었다. 56도 웨지로 시도한 두 번째 샷은 벙커 턱을 맞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드시 탈출한다는 생각에 스윙 크기를 키웠더니 핀을 훌쩍 넘겨 반대편 프린지에 다다랐다. 어프로치-퍼터 두 번으로 더블보기. 그린 스피드는 2.7m(스팀프미터 기준)였다.
오션코스는 난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부터 페어웨이 잔디를 켄터키블루그라스에서 벤트그라스로 바꾸고 있다. 현재 80% 이상 교체했다. 벤트그라스는 부드럽고 폭신해 골퍼들이 선호하지만 관리가 까다로워 한국 잔디보다 두 배 이상 비용이 든다. 그래서 해슬리나인브릿지, 잭 니클라우스GC, 트리니티클럽 등 최고급 회원제 클럽만 페어웨이에 벤트그라스를 심는다. 퍼블릭 골프장 중 벤트그라스를 페어웨이에 깐 곳은 스카이72의 하늘·오션코스와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 영암 정도다.
벤트그라스 페어웨이는 샷의 정교함을 더없이 엄정하게 시험한다. 잔디가 공을 살짝 띄워주는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다. 정 실장은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가 오션코스에선 5타 이상 더 친다고 한다”며 “주로 도전을 좋아하는 골퍼들이 찾는 코스”라고 말했다. 그래도 수도권 어디서든 1시간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다.
영종도=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인천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 오션코스 17번홀(파3) 티잉 에이리어에 오르자 한숨부터 나왔다. 눈앞을 가득 메운 거대한 벙커와 그 끝에 섬처럼 떠 있는 그린. 벙커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 여기에 사막에 온 듯한 시각적 충격이 더해지면서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물이 아닌 벙커에 둘러싸인 아일랜드홀. 한국에서 보기 드문 ‘웨이스트 벙커홀(황무지처럼 코스 자체가 모래로 구성된 홀)’이다. 길지는 않다. 레드티에선 100m, 화이트티에선 125m 정도다. “오늘 운이 좋네요. 핀이 그린 한가운데에 꽂혀 있잖아요. 티샷하기 제일 편한 위치입니다.” 캐디의 설명에 용기가 났다. ‘해볼만 하겠는데?’
‘송곳 아이언’으로 승부하라
2005년 10월 개장한 스카이72 오션코스는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프로대회 코스다. 처음부터 국제 대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그래서 코스 설계를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팀에 맡겼다. 긴 전장(7300야드·6652m)과 골퍼 간 실력이 스코어에 그대로 반영되는 변별력, 그리고 수시로 변하는 바람은 스카이72 오션코스에 ‘국내 최장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최 코스’란 타이틀을 안겼다. 이곳에선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1년간 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열렸다.17번홀은 대회 때마다 승부처로 꼽힌 곳이다. 2020년 11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마지막 날 선두 안나린(26)을 1타 차까지 따라붙었던 장하나(30)의 추격에 제동이 걸린 곳이 바로 이 홀이었다. 안나린이 보기를 범하면서 장하나에게 기회가 온 듯했지만, 오히려 더블보기로 주저앉았다. 2018년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선 당시 세계랭킹 1위 박성현(29)이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서 더블보기로 홀아웃했다. 결국 박성현은 이날 하타오카 나사(일본)에게 선두를 내줬다.
정병혁 스카이72코스 실장은 “투어프로도 파 세이브를 목표로 하는 홀”이라며 “반드시 온그린해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전장은 짧지만 버디는커녕 파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바람 탓이다. 17번홀에서 부는 바람은 다른 홀과는 다르다고 정 실장은 설명한다. 다른 홀에선 그저 바람의 강도만 감안해 한두 클럽 길거나 짧게 잡으면 되지만, 17번홀에선 바람의 방향을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어서다. 예컨대 티샷을 치는 곳에선 뒷바람인데, 그린에선 맞바람이 부는 식이다. 이 홀에서 온그린하려면 바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캐디는 “공이 그린 뒤로 넘어가면 망한다. 한 클럽 짧게 치는 게 낫다”며 8번 아이언을 권했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벙커를 넘길 자신이 없었다. 평소 100m 정도 보내는 7번 아이언을 잡았다. 찰싹! 손맛은 좋았다. 공은 그린에 잘 떨어졌지만, 캐디 말 그대로 뒤로 흘러내려갔다. 완만한 그린 앞 벙커와 달리 그린 뒤 벙커는 ‘낭떠러지’였다. 높이가 2m 넘었다. 56도 웨지로 시도한 두 번째 샷은 벙커 턱을 맞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드시 탈출한다는 생각에 스윙 크기를 키웠더니 핀을 훌쩍 넘겨 반대편 프린지에 다다랐다. 어프로치-퍼터 두 번으로 더블보기. 그린 스피드는 2.7m(스팀프미터 기준)였다.
보상과 처벌 확실한 코스
황무지였던 이곳이 변신한 건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면서부터였다. 스카이72는 5활주로가 들어설 부지에 건설됐다. 이곳에 들어선 4개 코스(18홀 기준) 가운데 으뜸은 단연 오션이다. 어렵지만 재미있게 코스를 세팅해서다. 해질녘 사방을 붉게 물들이는 서해의 낙조는 운치를 더한다.오션코스는 난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부터 페어웨이 잔디를 켄터키블루그라스에서 벤트그라스로 바꾸고 있다. 현재 80% 이상 교체했다. 벤트그라스는 부드럽고 폭신해 골퍼들이 선호하지만 관리가 까다로워 한국 잔디보다 두 배 이상 비용이 든다. 그래서 해슬리나인브릿지, 잭 니클라우스GC, 트리니티클럽 등 최고급 회원제 클럽만 페어웨이에 벤트그라스를 심는다. 퍼블릭 골프장 중 벤트그라스를 페어웨이에 깐 곳은 스카이72의 하늘·오션코스와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 영암 정도다.
벤트그라스 페어웨이는 샷의 정교함을 더없이 엄정하게 시험한다. 잔디가 공을 살짝 띄워주는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다. 정 실장은 “대다수 아마추어 골퍼가 오션코스에선 5타 이상 더 친다고 한다”며 “주로 도전을 좋아하는 골퍼들이 찾는 코스”라고 말했다. 그래도 수도권 어디서든 1시간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다.
영종도=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