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새 원소 '코리아늄' 찾아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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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설비' 중이온가속기
대전 과학벨트에 10년 걸려 완공
10월 '빔 인출' 앞두고 시운전
이온 광속 충돌시켜 원소 연구
'힉스 입자' 등 노벨상 단골손님
반도체·바이오 신기술에도 응용
대전 과학벨트에 10년 걸려 완공
10월 '빔 인출' 앞두고 시운전
이온 광속 충돌시켜 원소 연구
'힉스 입자' 등 노벨상 단골손님
반도체·바이오 신기술에도 응용
14일 방문한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자리잡은 중이온가속기연구소의 외관은 평범했다. 하지만 계단을 따라 깊이 13m 지하로 내려가자 두께 7m의 두꺼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가속기동이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영하 270도의 극저온 액체헬륨을 이용한 냉각 작업을 앞두고 있는 가속기동에선 냉각기에서 나오는 ‘웅웅웅’ 하는 굉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사과 1개 직경의 진공 파이프는 콘크리트 벽을 뚫고 이어졌다. 파이프 총길이는 약 800m에 달했다. 파이프와 연결된 초전도가속관은 106개로, 순간 걸리는 전압의 크기는 600만V에 이른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설비 냉각 작업이 완료되면 지하로 통하는 철문이 모두 굳게 닫히고 본격적인 ‘빔 인출’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시험 가동에서는 아르곤(Ar) 원소로 만든 이온 빔을 가속기 한쪽 끝에서 발생시킨다. 파이프를 따라 반대쪽 끝에서 최종 검출되는 이온 양을 확인할 예정이다. 100개의 이온을 보냈을 때 98개 이상을 받으면 성공적으로 가속 및 검출 작업이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이온(전자를 얻거나 잃어 전기적 성질을 지니는 입자)을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충돌시켜 깨뜨린 뒤 세상에 없는 원소를 찾아내는 장비다. 현재 원소주기율표에 존재하는 원소는 1번 수소(H)에서 118번 오가네손(Og)까지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는 94번 플루토늄(Pu)까지다. 이후 순번은 인위적으로 찾아낸 원소들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2012년 아연(Zn) 이온을 충돌시켜 발견한 뒤 일본 국가명을 따 이름 지은 113번 원소 니호늄(Nh)이 대표적이다.
원소의 발견은 이온을 가속 충돌시키면서 일어난다. 극히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거의 없는 초전도 상태에서 아주 가벼운 물체(이온)에 강한 전기를 걸어주면 물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한국의 중이온가속기는 현재 광속(시속 10억8000만㎞)의 15%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설비 증축을 통해 광속의 50%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가속기의 이온 충돌 방식은 크게 ISOL과 IF 두 가지가 있다. ISOL 방식은 가벼운 입자를 무거운 입자에 충돌시키는 방식이다. 당구공을 던져 볼링공을 깬 뒤, 깨진 볼링공 조각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하다. IF 방식은 반대다. 무거운 입자를 던져 가벼운 입자에 부딪치게 한다. 한 가지 방식을 택한 세계 각국의 가속기와 달리 한국의 중이온가속기는 두 방식을 연속적으로 구성했다.
한국 물리학계는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원소 ‘코리아늄’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다. 원소기호는 ‘Ko’로 잠정해 놓았다. 권 단장은 “원소들 사이의 관계를 보면 빠진 고리(미싱 체인)가 있어 이를 채워넣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중이온가속기를 통한 연구는 반도체부터 바이오까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성자를 이용한 핵반응 연구는 반도체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결과물을 찾아낼 수도 있다. 양성자 빔을 연구하면 암세포를 죽이는 데 가장 효율적인 원소 종류는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
대전=김진원 기자
■ 이온
전기적 중성을 띠는 원자에서 전자를 제거하거나 추가한 입자. 중(重)이온은 전자 등 핵자 개수가 10개 이상인 무거운 이온.
사과 1개 직경의 진공 파이프는 콘크리트 벽을 뚫고 이어졌다. 파이프 총길이는 약 800m에 달했다. 파이프와 연결된 초전도가속관은 106개로, 순간 걸리는 전압의 크기는 600만V에 이른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설비 냉각 작업이 완료되면 지하로 통하는 철문이 모두 굳게 닫히고 본격적인 ‘빔 인출’ 시험 가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
총사업비 1조5183억원. 부지 면적은 축구장 137개를 합친 95만2000㎡. 사업 착수부터 설비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린 역대 최대 규모 기초과학 연구사업의 결과물인 중이온가속기가 오는 10월 빔 인출을 앞두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한국 과학계에 노벨상을 안겨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꿈의 설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시험 가동에서는 아르곤(Ar) 원소로 만든 이온 빔을 가속기 한쪽 끝에서 발생시킨다. 파이프를 따라 반대쪽 끝에서 최종 검출되는 이온 양을 확인할 예정이다. 100개의 이온을 보냈을 때 98개 이상을 받으면 성공적으로 가속 및 검출 작업이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이온(전자를 얻거나 잃어 전기적 성질을 지니는 입자)을 빛의 속도에 근접하게 충돌시켜 깨뜨린 뒤 세상에 없는 원소를 찾아내는 장비다. 현재 원소주기율표에 존재하는 원소는 1번 수소(H)에서 118번 오가네손(Og)까지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는 94번 플루토늄(Pu)까지다. 이후 순번은 인위적으로 찾아낸 원소들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2012년 아연(Zn) 이온을 충돌시켜 발견한 뒤 일본 국가명을 따 이름 지은 113번 원소 니호늄(Nh)이 대표적이다.
원소의 발견은 이온을 가속 충돌시키면서 일어난다. 극히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거의 없는 초전도 상태에서 아주 가벼운 물체(이온)에 강한 전기를 걸어주면 물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한국의 중이온가속기는 현재 광속(시속 10억8000만㎞)의 15%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설비 증축을 통해 광속의 50%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가속기의 이온 충돌 방식은 크게 ISOL과 IF 두 가지가 있다. ISOL 방식은 가벼운 입자를 무거운 입자에 충돌시키는 방식이다. 당구공을 던져 볼링공을 깬 뒤, 깨진 볼링공 조각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하다. IF 방식은 반대다. 무거운 입자를 던져 가벼운 입자에 부딪치게 한다. 한 가지 방식을 택한 세계 각국의 가속기와 달리 한국의 중이온가속기는 두 방식을 연속적으로 구성했다.
“원소들 사이 미싱 체인 채울 것”
중이온가속기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학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가속기를 활용한 연구가 노벨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30건이 넘는다. 가깝게는 201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피터 힉스가 있다. 그는 1964년 ‘힉스’ 입자를 처음 제시했고, 이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통해 이를 증명했다.한국 물리학계는 중이온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원소 ‘코리아늄’을 발견하는 것이 목표다. 원소기호는 ‘Ko’로 잠정해 놓았다. 권 단장은 “원소들 사이의 관계를 보면 빠진 고리(미싱 체인)가 있어 이를 채워넣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중이온가속기를 통한 연구는 반도체부터 바이오까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성자를 이용한 핵반응 연구는 반도체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결과물을 찾아낼 수도 있다. 양성자 빔을 연구하면 암세포를 죽이는 데 가장 효율적인 원소 종류는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다.
대전=김진원 기자
■ 이온
전기적 중성을 띠는 원자에서 전자를 제거하거나 추가한 입자. 중(重)이온은 전자 등 핵자 개수가 10개 이상인 무거운 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