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올해 채용문을 크게 좁힌다. 경기둔화 여파로 증시가 부진한 탓이다. 신입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거나 채용할 계획조차 없는 회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 6곳(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KB·유안타)과 자산운용사 6곳(삼성·미래에셋·한화·한국투자밸류·이지스·하나UBS)은 올해 신입·경력 채용 규모를 지난해 대비 30% 줄일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한 10곳이 모두 채용을 줄일 예정이라고 했다.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101명의 신입·경력직원을 채용했으나 하반기 채용 계획은 미정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채용 규모는 173명이었다.

지난해 223명의 신입·경력직원을 뽑았던 KB증권은 올해는 그 절반 이하인 50~70명 채용만 계획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올해 신입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31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올 하반기 채용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증시 부진이 예상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한다. KB증권에 따르면 상장 증권사 5곳(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삼성·NH·키움)의 2분기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38.3%, 전년 동기 대비 60.7% 감소한 5512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인력을 비교적 많이 뽑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신입·경력을 164명 뽑았는데, 이는 2020년 60명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숫자다.

윤 의원은 “동학개미운동으로 지난해 큰 성장세를 보인 금융투자회사들이 올 들어 채용을 줄이며 하락장을 대비하는 모양새”라며 “신임 위원장이 취임한 금융위원회는 신사업 문턱을 낮추는 규제개혁에 나서고 각 회사들은 투자와 채용 확대로 화답하는 선순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