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BA.2.75(일명 켄타우로스) 변이가 퍼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해당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나온 어떤 변이보다 더 강력한 전염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해외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타임 등에 따르면 많은 바이러스학자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2.75, 켄타우로스가 기존 변이보다 전염력이 훨씬 더 강해 이전 확산세를 능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최근 보고서에서 켄타우로스는 5월 초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영국, 미국, 호주, 독일, 캐나다 등 총 11개국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이날 네덜란드에서도 켄타우로스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사례를 포함하면 이 변이는 이미 13개국에 퍼진 셈이다. 특히 켄타우로스는 여러 국가에서 기존에 전염력이 강한 것으로 꼽혔던 BA.5 변이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면서 새로운 지배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에 ECDC는 지난 7일 켄타우로스를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는 변이가 전염력이 더 강하거나 더 심각한 질병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분석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변이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매슈 빈니커 임상바이러스학과장은 "너무 많은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도 변이가 처음 발생한 인도에서는 확산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바이러스 염기서열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 헬릭스의 전염병 책임자인 시시 루오도 "켄타우로스가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된 사실 자체가 변이가 확산하고 있다는 조기 징후"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켄타우로스가 다른 오미크론 하위 변이보다 변형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히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훨씬 많아 바이러스가 세포와 더 쉽게 결합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백신이나 이전 감염을 통해 형성된 항체를 우회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톰 피콕 박사는 "특정 변이 자체보다는 변이의 개수와 조합이 중요하다"며 "여러 변이가 함께 있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어 바이러스가 '와일드카드' 성격을 띠게 된다. 각 변이보다 그 조합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 교수 출신 과학자인 윌리엄 헤이셀틴은 포브스 기고에서 세계가 올해 초 확산한 첫 오미크론 변이(BA.1, BA.2)에서 이제 회복했는데 다시 두 개의 변이(BA.5, BA.2.75)와 마주하게 됐다면서 "이들 변이는 각각 또는 함께 첫 확산세를 능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BA.2.75 변이 확진자가 처음 나오면서 전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인천시 이날 보건환경연구원은 A씨의 검체에서 BA.2.75 변이로 의심되는 유전체를 확인, 질병관리청에 넘겼다. 질병청은 이 검체에 대한 전장유전체검사를 벌여 BA.2.75 변이임을 확인했다.

방역 당국은 A씨의 동선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 중인데,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바이러스가 이미 지역사회에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A씨는 현재 재택 치료 중이고, 동거인이나 지역사회 접촉자 중 추가 확진자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A씨의 감염경로에 대해 심층 조사를 진행 중이며 최종 노출일로부터 14일간 추적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