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인 좀 아는 사람」윌북

2018년 상추 때문에 미국이 큰 충격에 빠진 일이 있었다. 대장균에 오염된 상추를 먹고 다섯 명이 사망했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병에 걸렸다. 미국 농산물 산업을 강타한 사건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문제는 오염된 농산물이 어디에서 재배된 것인지 추적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 상추는 애리조나주 유나시의 한 운하에서 물을 당겨쓴 농장에서 재배된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아무도 자신들이 공급받은 상추가 오염된 것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월마트는 이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잎채소를 판매하는 모든 회사들이 반드시 월마트 소유의 블록체인에 제품의 이동을 기록하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월마트는 공급받은 농산물의 재배 농장을 찾는 데 단 2.2초가 걸렸다. 3개월이 걸렸던 과거와 비교하면 10만 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어디에서 공급망이 느려지고, 어디에서 먹거리가 낭비되는지도 즉각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결책은 식중독뿐 아니라 먹거리 낭비, 공급망의 비효율성까지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된 것이다.
월마트와 IBM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농산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 사진=techcrunch.com
월마트와 IBM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농산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 사진=techcrunch.com
그런데 왜 굳이 블록체인을 써야 했을까? 기존의 방식대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거나 엑셀 시트에 입력해도 되는 것 아닌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혁신적인 보안이다. 월마트가 만약 모든 공급망 데이터를 하나의 컴퓨터에 저장한다면 해커의 공격에도 취약할 뿐 아니라 자연재해나 정전같은 재난에도 취약해진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수많은 당사자가 블록체인 사본을 가지고 있는 데다, 해커가 블록을 위조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둘째는 투명성이다.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든 농장에서 식탁까지 먹거리가 이동한 경로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정부 당국이나 소비자에게 일부 데이터를 공개하면서도, 다른 데이터는 비공개를 유지할 수 있는 세분화된 접근 통제도 장점이다.

이처럼 주로 기업에서 조직 내 정보와 상품의 흐름을 최적화하는 데 쓰이는 것을 ‘전용’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그런 한편 일반 대중이 자신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데 쓰이는 ‘공공’ 블록체인이라는 것도 있다.

‘공공’ 블록체인의 대표적인 아이디어가 바로 선거에서의 활용이다. 조작이나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며, 기록이 분산 저장되기에 정부가 (또는 해커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거 결과를 삭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모든 투표가 블록체인에 공개적으로 저장되어 있기에, 어떤 유권자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익명성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블록체인의 활용 방법은 매우 다르다. 전용 블록체인은 위에서 아래로 프로세스 최적화를 수행하는 데 쓰이는 반면, 공공 블록체인은 아래에서 생겨난 보다 가치 있는 것들을 급진적이고 새로운 방법으로 기록하는 데 쓰인다.

쉽게 말해 전용 블록체인은 월마트의 사례처럼 관련 회사나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블록체인을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만들면 된다. 그런 반면 공공 블록체인이 사회적 변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관련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언론의 관심을 끌고, 정책을 만드는 정부와 협력하는 등 ‘사람’과 관련된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이런 특성 탓에 전용 블록체인은 글로벌 거대 기업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공공 블록체인은 암호화폐를 빼고는 주목할 만한 성공 사례가 없다.

월마트, 농산물 재배농장 찾기 3개월에서 2.2초로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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