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물러난 홍장표…'알박기' 국책연구원장 물갈이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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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부로 물러나…'소주성 설계자'
"文정부 비전 따라 정책 만든 것은 행운"
황덕순 노동연구원장 사표도 수리
사퇴 원장들 "국책연 독립성 보장해야" 강조
연구원 안팎선 "독립성 중요하지만 내로남불"
"文정부 비전 따라 정책 만든 것은 행운"
황덕순 노동연구원장 사표도 수리
사퇴 원장들 "국책연 독립성 보장해야" 강조
연구원 안팎선 "독립성 중요하지만 내로남불"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 수석으로 ‘소득 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을 설계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결국 물러났다. 앞서 사의를 표했던 문 정부 일자리 수석 출신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의 사표로 수리됐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약 2개월 만으로, 정부 안팎에선 소위 ‘알박기’ 인사로 꼽혀온 국책연구원장들의 ‘물갈이’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KDI에 따르면 홍 원장은 전날 KDI 내부망에 게시한 이임사를 통해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5년 동안의 ‘정책의 시간’을 마감하고 학자의 길로 되돌아가 성찰과 축적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년 5월 취임한지 1년 2개월만으로, 공식 임기 3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셈이다.
홍 원장의 조기 사퇴는 지난달 2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자단 간담회에서 홍 원장의 거취를 두고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원장으로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윤석열 정부랑 너무 안 맞는다”고 발언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한 총리의 발언이 사실상 사퇴 압박이란 논란이 일자 지난 6일 홍 원장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반발하면서도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홍 원장은 이임사에서 “저는 세간에서 소득 주도 성장의 설계자로 불린다”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나라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꿈꾸는 담대한 비전을 기획하고 과거에는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비전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정책 현장을 경험했던 것은 경제학자로서 커다란 행운”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고자 했던 바를 다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떠나게 되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며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흔들림 없는 소신으로 오직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2017년 문 정부 첫 경제 수석을 맡은데 이어 2018년부턴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분배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진작되며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주성 정책을 주도해왔다. 14일을 끝으로 원장직에서 물러난 홍 원장은 휴직 중이었던 부경대에서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한편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은 홍 원장에 이어 황덕순 노동연구원장의 사표로 수리했다. 황 원장 역시 지난해 2월 임기 3년의 노동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임기가 1년 반 가량 남아있다. 그 역시 최근 노동연구원 직원들에게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연구 자율성, 독립성을 누리면서 국가 정책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데, 최근 둘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원 안팎에선 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한 두 원장의 발언 자체엔 공감하면서도 이들이 전 정권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란 점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첫해인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김준경 KDI원장, 방하남 노동연구원장, 현정택 대외경제연구원장 등 주요 국책연구원장을 임기 6개월~1년6개월을 남기고 교체했다.
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정부나 정치권이 결론을 미리 내놓고 국책연구소는 거기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식의 짜고 치는 용역 연구를 지양하고 연구의 독립성,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애초에 낙하산 인사가 아닌 연구계에서 명망이 높고 중립적인 인사를 원장에 임명했었다면 정권 교체기마다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15일 KDI에 따르면 홍 원장은 전날 KDI 내부망에 게시한 이임사를 통해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5년 동안의 ‘정책의 시간’을 마감하고 학자의 길로 되돌아가 성찰과 축적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년 5월 취임한지 1년 2개월만으로, 공식 임기 3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셈이다.
홍 원장의 조기 사퇴는 지난달 2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자단 간담회에서 홍 원장의 거취를 두고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원장으로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윤석열 정부랑 너무 안 맞는다”고 발언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한 총리의 발언이 사실상 사퇴 압박이란 논란이 일자 지난 6일 홍 원장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며 반발하면서도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홍 원장은 이임사에서 “저는 세간에서 소득 주도 성장의 설계자로 불린다”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나라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꿈꾸는 담대한 비전을 기획하고 과거에는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비전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정책 현장을 경험했던 것은 경제학자로서 커다란 행운”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고자 했던 바를 다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떠나게 되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며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흔들림 없는 소신으로 오직 국민을 바라보고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2017년 문 정부 첫 경제 수석을 맡은데 이어 2018년부턴 정책기획위원회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분배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진작되며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주성 정책을 주도해왔다. 14일을 끝으로 원장직에서 물러난 홍 원장은 휴직 중이었던 부경대에서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한편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은 홍 원장에 이어 황덕순 노동연구원장의 사표로 수리했다. 황 원장 역시 지난해 2월 임기 3년의 노동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임기가 1년 반 가량 남아있다. 그 역시 최근 노동연구원 직원들에게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연구 자율성, 독립성을 누리면서 국가 정책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데, 최근 둘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원 안팎에선 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한 두 원장의 발언 자체엔 공감하면서도 이들이 전 정권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란 점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첫해인 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김준경 KDI원장, 방하남 노동연구원장, 현정택 대외경제연구원장 등 주요 국책연구원장을 임기 6개월~1년6개월을 남기고 교체했다.
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정부나 정치권이 결론을 미리 내놓고 국책연구소는 거기에 정당성만 부여하는 식의 짜고 치는 용역 연구를 지양하고 연구의 독립성,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애초에 낙하산 인사가 아닌 연구계에서 명망이 높고 중립적인 인사를 원장에 임명했었다면 정권 교체기마다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