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도 맛 좋은 'B급 과일'…인플레로 더 잘 팔리네
유통업계가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B급 농산물’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모양은 못생겼지만 맛이 좋은 상품이나 상처가 나 가치가 떨어진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맛난이 농산물’(사진)을 정상가보다 평균 30% 할인 판매한다고 15일 발표했다. 맛난이 농산물은 모양과 크기가 최상급 판매 상품에 못 미치지만 신선도와 맛, 영양 등 품질에는 이상이 없는 정상 상품을 부르는 말이다.

홈플러스는 전국 134개 매장에서 사과, 토마토, 밀감 등 맛난이 과일 5종을 판매하고 있다. 당근, 오이, 무 등 맛난이 채소 8종은 10개 점포에서만 먼저 선보인다. 앞으로 농산물 종류를 확대하고 판매 점포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런 농산물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홈플러스에서 판매한 맛난이 과일 ‘맛이 예쁜 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맛난이 농산물이 소비자에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어주고, 농가에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홈플러스의 맛난이 농산물과 비슷한 ‘B+급’ 과일과 채소를 수시로 판매하고 있다. 일반 상품과 비교해 맛과 영양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크기가 조금 작거나 흠이 있는 상품이다.

롯데마트는 이들을 B+급 상품으로 분류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산지 바이어들은 전국을 다니며 B+급 상품을 따로 발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참외의 경우 롯데마트는 검품 시 ‘특’ 등급을 받은 상품만 매장에서 판매하지만, 껍질에 상처가 있거나 형태가 원형이 아니어서 ‘상’ 등급을 받은 상품은 따로 매입해 ‘상생참외’라는 이름을 달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올해 들어 B+급 과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B+급 과일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0% 이상 늘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