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30년 수집가가 안내하는 우리 고미술의 매력과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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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
최필규 지음
나남 / 444쪽|2만8000원
언론인 출신 '골동품 애호가'
자기 나라 고미술 역사 줄줄이 꿰는
日 평범한 직장인에 자극 받아
"한국 고미술 공부하겠다" 다짐
수집 실패담도 유머스럽게 풀어
최필규 지음
나남 / 444쪽|2만8000원
언론인 출신 '골동품 애호가'
자기 나라 고미술 역사 줄줄이 꿰는
日 평범한 직장인에 자극 받아
"한국 고미술 공부하겠다" 다짐
수집 실패담도 유머스럽게 풀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우리 고미술품이 꼭 그런 상태다. 우리는 오랜 기간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자기의 나라’였지만, 이제 일반 가정집에서 번듯한 도자기를 만나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우리 주변에는 유럽의 앤틱 가구엔 열광하면서도 한국 전통가구는 촌스럽다고 투덜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힘을 잃고, 외국의 평가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는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미술품을 만들었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언론인과 기업인으로 평생을 보낸 최필규 한성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가 30년 넘게 수집한 도자기와 목가구를 책으로 엮었다. 전문 사진가가 찍은 컬러 사진이 가득하지만 도록은 아니다. “전문가라고 하기엔 쑥스럽다”는 취미 수집가의 솔직담백한 감상과 경험담을 작품 사진과 함께 담았다.
저자는 “수집품을 자랑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고 말한다. 단지 “우리 고미술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썼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자신의 수집품을 예로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소장된 작품을 곁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고미술품의 매력을 발견했다면, 박물관에 있는 더 훌륭한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껴보라는 뜻이다.
저자가 본격적으로 골동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건 한국경제신문에서 홍콩과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던 1990년대 초중반이었다. 당시 중국 도자기는 한국 돈으로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부담 없이 자주 사다 보니 자연스레 안목이 높아졌다. 그러다 한국 골동품에도 눈을 뜨게 됐다.
일본 연수 시절, 도쿄에 사는 젊은 부부의 집에 머물면서 부끄러움을 느낀 스토리도 실려 있다. 그 집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200년 넘은 일본식 반닫이(앞부분을 여닫는 상자형 가구)와 도자기가 있었다. 남편은 미쓰비시상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마치 고고학자처럼 자기 나라 건축·목가구·도자기 얘기를 술술 풀어냈다. ‘그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면 난 무얼 보여줘야 하나’란 고민은 한국 고미술품 사랑으로 연결됐다. 한국 도자기의 멋은 다들 안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으니 말이다. 이웃 나라 도자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멋이다. 하지만 이는 머리로만 아는 지식이다. 손으로 만져보고, 음식과 술을 담았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한국 도자기의 매력은 박물관에 박제된 도자기를 마주할 때와는 사뭇 다르단다. “고려청자만 해도 제대로 감상하려면 자연광에 비춰봐야 한다. 박물관의 인공조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저자가 수집품을 직접 쓰면서 느낀 감상을 담았다는 데서 나온다. 저자는 도자기로 만든 제기에 과일을 담고, 백자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신다. 가끔은 밖에서 술을 마실 때 백자 잔을 들고 나간다고도 한다. 조선시대 목가구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오면 거실에 놔둔 소반(1인용 탁자)에 각자 차를 놓고 마신다. 반닫이와 전주장, 삼층 찬탁 등도 여러 용도로 쓰고 있다. 평범한 아파트에 사는데도 저자가 방대한 수집품을 모아둘 수 있는 비결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유머’와 ‘공감’이다. 얼마나 대단한 물건을 모았는지 자랑하지 않고, ‘이런 건 피하라’는 식으로 수집 노하우를 설교하지도 않는다.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실패담을 고백한다. 일본의 유명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년)가 “오로지 ‘직관’에 기초해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라”고 했던 말만 믿고, 첫인상만으로 골동품을 샀다가 낭패를 당한 일 등이다. 저자는 직관도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장에서 봤던 나주 반닫이가 인사동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샀지만, 반닫이의 핵심인 장석(금속으로 된 장식)이 바뀌어 낭패를 본 적도 있었다. 300만원 주고 산 대나무 함을 아내가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50만원에 팔고선 자랑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아내의 타박을 피하려고 내뱉은 “30만원에 샀다”는 거짓말이 부른 참사였다. 저자는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고미술품은 옛것이되 오늘의 것이며, 더 나아가 미래에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독자를 고미술 세계로 초대하는 안내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박물관과 인사동 골동품 가게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평범한 수집가의 특별한 초대》는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미술품을 만들었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언론인과 기업인으로 평생을 보낸 최필규 한성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가 30년 넘게 수집한 도자기와 목가구를 책으로 엮었다. 전문 사진가가 찍은 컬러 사진이 가득하지만 도록은 아니다. “전문가라고 하기엔 쑥스럽다”는 취미 수집가의 솔직담백한 감상과 경험담을 작품 사진과 함께 담았다.
저자는 “수집품을 자랑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고 말한다. 단지 “우리 고미술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썼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자신의 수집품을 예로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소장된 작품을 곁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고미술품의 매력을 발견했다면, 박물관에 있는 더 훌륭한 작품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껴보라는 뜻이다.
저자가 본격적으로 골동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건 한국경제신문에서 홍콩과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던 1990년대 초중반이었다. 당시 중국 도자기는 한국 돈으로 몇 천원에서 몇 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부담 없이 자주 사다 보니 자연스레 안목이 높아졌다. 그러다 한국 골동품에도 눈을 뜨게 됐다.
일본 연수 시절, 도쿄에 사는 젊은 부부의 집에 머물면서 부끄러움을 느낀 스토리도 실려 있다. 그 집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200년 넘은 일본식 반닫이(앞부분을 여닫는 상자형 가구)와 도자기가 있었다. 남편은 미쓰비시상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마치 고고학자처럼 자기 나라 건축·목가구·도자기 얘기를 술술 풀어냈다. ‘그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면 난 무얼 보여줘야 하나’란 고민은 한국 고미술품 사랑으로 연결됐다. 한국 도자기의 멋은 다들 안다. 교과서에도 실려 있으니 말이다. 이웃 나라 도자기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멋이다. 하지만 이는 머리로만 아는 지식이다. 손으로 만져보고, 음식과 술을 담았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한국 도자기의 매력은 박물관에 박제된 도자기를 마주할 때와는 사뭇 다르단다. “고려청자만 해도 제대로 감상하려면 자연광에 비춰봐야 한다. 박물관의 인공조명으로는 부족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저자가 수집품을 직접 쓰면서 느낀 감상을 담았다는 데서 나온다. 저자는 도자기로 만든 제기에 과일을 담고, 백자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신다. 가끔은 밖에서 술을 마실 때 백자 잔을 들고 나간다고도 한다. 조선시대 목가구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오면 거실에 놔둔 소반(1인용 탁자)에 각자 차를 놓고 마신다. 반닫이와 전주장, 삼층 찬탁 등도 여러 용도로 쓰고 있다. 평범한 아파트에 사는데도 저자가 방대한 수집품을 모아둘 수 있는 비결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유머’와 ‘공감’이다. 얼마나 대단한 물건을 모았는지 자랑하지 않고, ‘이런 건 피하라’는 식으로 수집 노하우를 설교하지도 않는다.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실패담을 고백한다. 일본의 유명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년)가 “오로지 ‘직관’에 기초해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라”고 했던 말만 믿고, 첫인상만으로 골동품을 샀다가 낭패를 당한 일 등이다. 저자는 직관도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일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장에서 봤던 나주 반닫이가 인사동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샀지만, 반닫이의 핵심인 장석(금속으로 된 장식)이 바뀌어 낭패를 본 적도 있었다. 300만원 주고 산 대나무 함을 아내가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50만원에 팔고선 자랑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아내의 타박을 피하려고 내뱉은 “30만원에 샀다”는 거짓말이 부른 참사였다. 저자는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고미술품은 옛것이되 오늘의 것이며, 더 나아가 미래에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독자를 고미술 세계로 초대하는 안내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박물관과 인사동 골동품 가게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